[단독](판결) 마늘 출하 후 비닐포대 실은 경운기 운전 중 사망, 농작업 중 재해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공판장에서 마늘을 출하하고 경운기에 하얀 비닐포대를 싣고 자택으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면, 이때의 경운기 운전행위는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 즉 농작업 중 재해가 아니므로, 농협은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고법 민사31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는 농협생명보험이 경운기를 운전하던 중 추돌 사고로 부상을 입고 사망한 이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던 1심 판결을 변경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약관에는 '농작업장'에 관한 별도의 정의 조항이 없지만 '농작업장'과 '출하처'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고, 농작업장은 농작업이 이뤄지는 장소로 해석함이 타당한데, 공판장의 농산물 선별·건조 시설은 농협이 조합원으로부터 수매한 농산물을 판매·유통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보일 뿐이어서, 농협 공판장에 농산물 선별·건조 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점만으로 농협 공판장이 약관 별표에 기재된 농작업장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고 당시 이 씨가 운전하던 경운기의 적재함에는 농산물을 싣기 위한 비닐포대가 적재돼 있었으나, 이 씨가 공판장에 마늘을 출하한 이후 경운기를 운전해 그의 집 또는 농작업장으로 이동하는 행위는 이를 농산물 직접운반작업의 일부 또는 이 씨가 그의 농작업장에서 공판장을 경유해 다시 그의 집 또는 농작업장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농작업 중 일부로 보기 어려우므로, 그것이 주거와 농작업장 간의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여 농용자재의 직접운반작업에 해당한다고 본 1심과는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이 씨는 2013년 7월 창녕농협 공판장에서 마늘을 출하하고 경운기를 이용해 자택으로 돌아오던 중 1톤 트럭이 경운기 뒷부분을 추돌한 탓에 1시간 뒤 뇌출혈 및 다발 개방성 골절을 원인으로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이 씨가 운전하던 경운기의 적재함에는 농산물을 싣기 위한 비닐포대가 적재돼 있었습니다.  


앞서 1심은 "약관은 주거와 농작업장 간의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을 농작업으로 규정하고, 농용자재에 관해서는 농약, 비료, 사료, 농업용 피피포대·피이필름·할죽 농업용 파이프를 한정적으로 들고 있으며, 이 씨가 사고 당시 출하처에서 주거 또는 농작업장으로 이동할 당시 경운기에 하얀 비닐포대, 즉 피피포대를 적재하고 있었으므로, 이 씨의 경운기 운전행위는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려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별표] 농업작업의 범위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농협생명에서 판매하는 농업인관련보험은 종전에는 약관 [별표] 농작업의 범위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가, 최근에는 앞서 본 [별표] 농업 작업의 범위로 내용을 수정했습니다.2) 서로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별표] 
농작업의 범위
1. 농작업이라 함은 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으로서 다음 사항 중 어느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벼, 보리, 잡곡, 두류, 감자류, 야채, 과수, 원예작물, 공예작물, 비료작물, 화훼약용작물, 채종용작물, 뽕나무, 관상용수목, 균류를 재배하는 일에 따르는 작업
나. 죽순, 닥나무, 삼지닥나무, 밤나무, 호도나무, 동백나무 등의 재배(단순히 밑베기정도의 관리뿐만 아니라 시비를 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일에 따르는 작업
다. 축산법에서 정하는 가축의 사육부화에 따르는 작업
라. 누에의 사육 또는 잠종제조에 따르는 작업
마. 농작물 재배시설, 농작물보관창고 및 축사의 신축, 증·개축 등의 작업
2. 위 제1호에도 불구하고 이 계약에서 다음 사항은 농작업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점포에서 애완용의 새, 가축을 사육하는 일에 따르는 작업
나. 자연발생의 표고버섯, 냉이 등의 채취 및 용재 또는 신탄재를 주목적으로 하는 식물을 재배하는 일에 따르는 작업
다. 벌목, 채벌, 벌초에 따르는 작업
3. 제1호 각목에 의하여 자가생산된 물건을 주원료로서 상용노동자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제조 또는 가공을 행하는 작업은 농작업으로 하고, 제1호 각목에 의하여 타인이 생산한 물건을 주원재료로 구입하여 제조 또는 가공하는 행위는 농작업에 포함하지 않는다.
4. 제1호의 “따르는 작업”에는 직접적인 작업외에 다음 사항 중 어느 한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 주거와 농작업장과의 농기계의 이동(농기계 편승 포함)
나. 주거와 농작업장과 출하처간의 농산물 직접운반작업
다.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한 가공·선별·건조·포장작업
라. 주거와 농작업장간의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
마. 피보험자(보험대상자) 본인 소유 또는 관리하는 농기계를 본인이 수리하는 작업 다만, 수리를 위한 이동 중일 때 발생한 사고는 제외함
5. 제4호 각목 중 “농기계”, “직접운반작업”, “농용자재”의 구체적인 범위는 다음에 의한다.
가. “농기계”라 함은 경운기, 트랙터, 관리기, 동력분무기 등 동력장치가 부착된 기계로 정부에 의해 농업기계화사업 기종으로 선정된 것을 말한다.
나. 제4호 나.목 및 라.목 중 “직접운반작업”이라 함은 손수레, 달구지, 화물차 또는 농기계를 이용한 실제 운반 중의 작업을 말하며, 운반(출하)을 위한 이동, 운반(출하) 후의 이동은 제외한다.
다. 이륜차, 자전거, 4륜구동 오토바이 등, 위 나.호에서 정한 4가지 운반구 이외의 동력 또는 무동력 운반구에 의해 운반하는 것은 위 제4호에서 정한 따르는 작업에서 제외한다.
라. 제4호 라목 중 “농용자재”라 함은 농약, 비료, 사료, 농업용 피피포대·피이필름·할죽 농업용파이프를 말한다.


판례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농작업 중 재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밭에서 전기톱으로 농작업 중 급성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옮겨졌던 환자가 다음날 병원에서 사망한 사건에서, 과로한 상태에서 전기톱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작업 환경 및 작업의 난이도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 감내한 상태에서 작업을 한 것이므로 그런 사정만으로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농작업 중 재해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또, 소 사료를 사러 농협 농자재 마트를 가기 위해 경운기를 운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직접적인 농업 작업에 해당하지 않고 주거와 농작업장 간의 농기계의 이동 등 보험계약에서 정한 농작업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논의 물길을 보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한 뒤 경운기를 돌려 귀가하려다 야산에서 경운기 좌측 앞바퀴에 목이 끼이는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건에서, '주거와 농작업장과의 농기계 이동'은 농작업을 위한 것이거나 그와 같은 외관을 형성하는 주거와 농작업장 간의 농기계 이동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농작업 후 사망 장소로 이동해 잡초를 쌓는 작업을 한 후 농기계를 이용해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은 농작업 중 재해사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상담사례는 농작업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농약 판매점(농약사나 농협 영농자재 판매점 등)에 가서 농약을 구입해 오던 중 다른 사람이 운전하던 차량에 들이받혀 사망한 사고에 관한 것인데, 이 사고는 농작업 중 재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농약은 농용자재에 포함되지만, 농약 판매점과 농작업장 간의 농용자재 운반행위는 제4호 라.목의  '주거와 농작업장 간' 농용자재 직접운반작업에 해당하지 않을 뿐더러, 사고를 당한 자전거 또한 제4호 라.목 및 제5호 나.목의 '직접운반작업에 이용되는 손수레, 달구지, 화물차 또는 농기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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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2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7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판매월 2018년 4월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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