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시력상실 예견되는 시각장해 6급 상태서 계약 부활, 보험계약 무효 사유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부활 이전에 이미 오른쪽 눈에 제6급 장해를 입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시력의 상실이 예견된다고 하더라도, 부활 당시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라는 제1급 신체장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간단한 법률 조언(Tip)을 덧붙입니다. 

운 모 씨는 2005년 9월 새마을금고에 피공제자를 운 씨, 입원·장해시 및 사망시 수익자를 유 모 씨로 정하고, 제1급 신체장해에 해당하는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 수익자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순수보장형 공제계약에 가입했습니다. 그 후 운 씨가 가입한 공제계약은 2008년경 보험료 2회 이상 미납으로 2008년 6월에 실효됐다가, 운 씨의 부활 청약 의사표시에 의해 2009년 9월 부활됐는데, 운 씨는 부활 이전인 2007년 1월에 오른쪽 눈의 시력 상실로 시각장해 제6급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운 씨는 2014년 3월에 한 대학병원에서 ① 장애유형: 시각장애, ② 장애부위 또는 질환명: 양안시신경위축, ③ 장애원인: 뇌출혈, ④ 장애발생시기: 미상으로 진단을 받았고, 2014년 5월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시각장애 제1급으로 장애등급 결정을 받았습니다.

운 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3년 10월 사이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2013년 10월에는 왼쪽 눈의 시력까지 잃었습니다.  

​그러자 장해시 수익자였던 유 씨는 새마을금고에게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어 제1급 신체장해 상태에 해당한다며 공제금(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운 씨의 시력상실로 인한 장해는 공제계약 부활의 청약 의사표시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것으로서 상법 제644조에 의해 공제계약이 무효라며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유 씨는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28단독 김지영 판사는 유 씨가 새마을금고로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새마을금고는 유 씨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 취지로 보험금 수익자 유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김 판사는 먼저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때에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사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상법 제644조를 적용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설명했습니다.

김 판사는 또 「운 씨는 현재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은 장애상태인 점, 2007년 11월 이후부터 2013년 10월까지 사이에 발생한 오른쪽 눈의 시력 상실은 뇌종양에 의한 시신경 압박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1년 8월까지는 오른쪽 눈의 시력이 광각유의 상태로 완전 실명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운 씨가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은 것은 2013년 10월인데 이는 2013년 9월 발생한 뇌출혈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비록 공제계약의 부활 이전에 오른쪽 눈이 제6급 장해를 입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시력의 상실이 예견된다고 하더라도, 운 씨가 두 눈의 시력을 완전 영구히 잃은 것은 2011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공제계약 부활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운 씨가 오른쪽 눈의 시력 저하로 시각장애(오른쪽 눈) 제6급 진단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두 눈의 시력을 영구히 상실한 때'라는 보험사고가 부활 이전에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제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 부활 전에 이미 동일한 신체 부위에 장해등급 제6급의 진단을 받은 사고의 경우, 다른 사건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해6급이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 사유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사안에서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 상법 제644조를 적용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보험계약자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경우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이를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런 보험계약은 법률행위의 중심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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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2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2일(재등록)

1) 인천지방법원 2016. 1. 27. 선고 2014가단24669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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