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변액보험 설명의무 위반 시 보험료 부당이득 반환 및 보험계약 무효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약관의 중요 사항을 설명 했다? 안했다? 다툼

글 : 임용수 변호사


변액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자에게 변액보험 상품의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고 손해배상할 책임도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보험계약자 측을 위해 소송대리인으로 직접 소송 수행을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제37민사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피씨에이(PCA)생명이 치과 의사들인 송 모 씨와 유 모 씨(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피씨에이생명의 청구를 기각하고 송 씨와 유 씨의 반소 청구 금액 중 약 80%에 해당하는 "1억 1725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1)
재판부는 「보험회사가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보험설계사가 송 씨와 유 씨에게 보험료를 2년간 납입한 후에는 납입 중지가 가능하고 월 1만 원 안팎의 계약 유지 비용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을 뿐 총 납입중지 가능 기간이나 납입중지 기간 중 계약 유지 비용과 위험보험료의 규모와 산출기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피씨에이생명은 보험기간, 보험료 납입기간 등 약관의 주요 내용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어 약관의 주요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약관의 주요 내용이 없다면 보험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씨에이생명은 부당이득으로 총 보험료 중 송 씨와 유 씨가 해약환급금 등으로 반환받았음을 자인하는 돈을 공제한 보험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송 씨와 유 씨의 반소 제기일부터 역산해 2년 전에 납입한 보험료의 반환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인 2년이 경과해 모두 소멸했다」며 보험료 반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피씨에이생명의 항변을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씨에이생명의 항변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시효 소멸했다고 판시한 보험료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 민법 제750조 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고객 보호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고객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춰보면 약관 설명의무 내지 고객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2)

이어 「송 씨와 유 씨가 청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고 보험설계사에게 대신 서명하도록 했고, 사후 확인 전화(이른바 해피콜)를 받아 상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청약서 등에 자필 서명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사실을 고려할 때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송 씨와 유 씨에게도 과실이 있다」며 송 씨와 유 씨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했다. 

이로써 피씨에이생명은 보험계약의 무효로 반환해야 할 보험료(부당이득금) 6005만 원과 더불어 약관 설명의무와 고객 보호 의무 위반으로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금(송 씨와 유 씨의 손해액 중 70%) 5720만 원의 합계금인 1억 1725만 원을 돌려줘야 했다. 

송 씨와 유 씨는 2010년 12월부터 변액유니버셜보험 14건에 가입해 4억7770만원을 냈고 일부 중도인출(약 1억8000만 원)을 하기도 하다가 2015년 11월 보험을 해약했고, 피씨에이생명은 송 씨와 유 씨에게 해약환급금으로 2억5239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송 씨와 유 씨는 납부한 보험료 총액에서 해약환급금과 중도인출금을 공제한 "차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판결은 피씨에이생명의 항소 포기로 그대로 확정됐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회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때는 설명하지 않은 중요 사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즉 설명하지 않은 약관 조항 등 중요 사항은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않게 되므로 무효가 된다. 이때 설명하지 않은 중요 사항만 무효가 되며 나머지 보험계약은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6조(일부무효의 특칙)도 그런 취지로 "약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조항이 제3조제4항에 따라 계약의 내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나 제6조부터 제14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무효인 경우 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한다. 다만, 유효한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그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보험회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때 보험계약 전부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됨을 전제로 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한 보험회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계약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는 그의 과실 비율을 따져 과실 비율만큼 보험회사의 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감액해줬다. 즉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로 문제된 중요 사항만의 효력을 부인하면서도 되도록 나머지 보험계약을 유지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 판결은 기존 판결들의 경향과는 달리 약관규제법 제16조 단서를 적용해 보험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문제된 중요 사항에 관해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면 그 중요 사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며, 그 중요 사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음에 따라 계약 전부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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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2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2일(재등록)

1) 저희 로피플닷컴 법률사무소(임용수 변호사)가 치과의사들이었던 송 씨와 유 씨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승소 판결을 이끌었던 사건이다. PCA생명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삭제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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