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우나 온탕 내 기립성저혈압 등으로 기절해 사망, 부검 안했어도 익사 추정


글 : 임용수 변호사


사우나 온탕 안에서 기립성 저혈압 등으로 기절해 사망했어도 익사라고 봐야 하므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립성 저혈압 자체는 상해 및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 볼 수 없고 상해 및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사우나 이용자가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함으로써 질식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사우나 이용자의 사망은 보험금 지급 사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법률 조언(the tip)을 덧붙입니다. 법률상담을 할 때는 모든 관련 자료를 지참해야 합니다.

​김 모 씨1)는 2005년 8월 에이아이지손해보험과 사이에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험계약이 매년 갱신돼 최종 보험기간은 2013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였습니다. 이 보험계약 약관에 따르면, 김 씨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고 1년 이내에 사망한 경우, 에이아이지손해보험은 김 씨의 유족(법정상속인)에게 상해 사망 일시금 5000만 원과 장제비 500만 원 등 합계 5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김 씨는 2013년 12월 중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사우나 온탕 내에서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돼 119 구급대에 의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던 도중 같은 날 오후 6시 20분쯤 사망했습니다. 

에이아이지손해보험은 "김 씨가 질병인 급성 심근경색증 또는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신체적 지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인해 사망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사유인 외래성이 부정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은 "김 씨가 심근경색증 등의 지병을 앓은 적이 없었고, 어지럼증으로 졸도해 온탕 내에 쓰러져 다량의 물을 마시고 익사했다"며 반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지영 부장판사)는 에이아이손해보험이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에이아이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과 같이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재판부는 「김 씨는 평소 기립성 저혈압 증세가 있었으나 심폐소생술 실시 과정에서 구토와 물이 나왔으므로 사망 직전에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한 것으로 보이고, 급성 심근경색 등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관상동맥 조영술(coronary angiography, CAG) 및 심전도 검사(Holter monitoring) 등 정밀검사 결과에 의하면 김 씨의 순환기 계통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던 점 등에 비춰보면, 김 씨는 사우나 온탕 내에서 어지럼증과 함께 기절하면서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해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가 익사에 이르게 된 것은 사우나 온탕 내에 있을 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겨 기절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그 원인이 되는 사실이 돌발적으로 발생했고, 애초부터 탕 안에서 기절해 익사할 것을 의도하거나 예견하고 탕 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어 우연히 발생한 사고이며, 김 씨가 탕 안에서 기절한 것이 기립성 저혈압 등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립성 저혈압 자체는 상해 및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상해 및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함으로써 질식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김 씨의 사망은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2심) 판결이며, 앞서 1심 판결도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에이아이지손해보험의 상고 포기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저희 로피플닷컴 법률사무소가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사건의 판결이 아닙니다. 이 판결에 대한 해설과 법률 조언은 임용수 변호사의 주관적 견해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관여(수행)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판결의 이유를 한 번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상해' 보험에 관한 법리를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보험은 동질적인 위험에 있는 사람들이 대수의 법칙에 근거해 위험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위험의 동질성'을 구성요소로 합니다. 질병 또는 체질적 소인이 있는 사람과 그것이 없는 사람은 사고 발생의 위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상해보험에서 보험사고의 요건 중 하나로 '외래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질병이나 체질적 소인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단순히 '사망' 자체를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 사유로 하는 순수한 의미의 생명보험과는 달리, 상해보험에서는 '사망' 자체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는 경우는 없고, '상해'로 인한 또는 '상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합니다. 이때 '상해'로 인한 사망 즉 상해사망이라는 보험사고에서의 주된 요소는 '사망'이라는 결과라기보다는 '외래성' 등을 그 중심적 개념요소로 하는 '상해'이므로, 상해사망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상해'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래성'은 상해 자체가 아니라 상해의 원인 또는 매개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익사란 기도(호흡할 때 공기가 지나가는 길) 안에 공기 대신에 물 등의 액체가 흡인돼 일어나는 질식사를 말합니다. 익사 과정에 있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호흡을 정지하고 물을 빨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혈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됨에 따라 의식 소실 등이 일어나고 결국 물을 흡입하게 됩니다. 이 판결에서 적시된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함으로써 질식 상태'라는 것도 익사(질식사)를 말합니다.

​앞에서 적은 보험 법리를 이 사건에 대입해보면, 이 사건에서는 중심적 개념 요소인 '상해'의 일종인 익사의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외래성이라는 상해의 요건을 구비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상해 및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망인이 탕 안의 물을 다량으로 흡입함으로써 질식 상태에 이르게 된 것」 이라는 판시 이유는 '상해는 상해가 원인이다'라는 식의 순환론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온탕 안 익사(온탕 물을 다량으로 흡입해 질식사에 이른 것)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질병이나 체질적 소인 등)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신체적 결함이 아닌 명백히 볼 수 있는 외부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인지를 살펴봤어야 합니다. 

최근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판결 중에는 평소 당뇨 및 고지혈증이 있었지만 약물을 복용하며 잘 관리하고 있었던 피보험자가 사우나 안에서 익수 상태로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한 사건에서,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이 부검에 의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이상 피보험자가 익수 상태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욕탕 안의 온도와 습도로 자구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익수 상태에서 익사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3) 이 판결에서 피보험자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익수란 물에 잠겨 구조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고, 기도의 액체 흡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익수 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고, 서울법의학연구소 의사는 "피보험자와 같이 흐름이 없는 온탕의 얕은 물에서 발견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선행원인에 의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상해보험 약관상 '상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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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2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2일(재등록)

1)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1. 선고 2015나29991, 2015나30007 판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3. 선고 2018가단526965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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