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설명 들었다는 보험계약자 확인 문구에 서명했어도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 면책약관은 설명의무 대상


글 : 임용수 변호사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약관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 아니므로 면책 약관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 상태에서 이뤄진 상해사망에 대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직접 판결 소식을 전하고 진진한 의견을 덧붙입니다.

김 모 씨1)는 2015년 4월 강원 홍천군에 있는 주거지 건물 뒤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 난간 기둥에 전기 연결선(멀티탭)을 고정시키고 목을 매어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이 사망보험금을 요구했지만, 삼성화재해상보험은 김 씨의 사망 사고가 우연한 사고라고 할 수 없고 또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상해에 의한 것으로서 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춘천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성환 부장판사)는 김 씨의 유족들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삼성화재는 1억4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재판부는 추가 판단 부분에서 「정신질환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했다는 점만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무효의 약관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심 판결을 변경하면서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 등에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돼 있을 뿐이라면, 그 약관 내용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나 법령의 규정에 의해 정해진 것을 부연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 이상, 그런 안내문의 송부 등만으로 그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거나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알게 돼 굳이 설명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98다43342)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유족 측이 삼성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청약서 중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보험약관과 계약자용 청약서, 보험가입자 안내문, 반송확인 엽서를 받았으며 청약 사항에 이의가 없음을 확인하고, 청약서와 약관에 명시된 정보이용 조항에 동의합니다'라고 인쇄된 문구 아래에 계약자 및 피보험자로서 서명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험청약서 뒷면의 '꼭 아셔야 할 사항'에는 '보상받을 수 있는 경우와 보상받을 수 없는 경우를 확인하셔야 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을 뿐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 면책약관 등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고, 상품설명서에도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이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정신질환, 심신상실 등이 보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삼성화재는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 등을 면책사유로 하는 약관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나 상법에서 정한 면책사유를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해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약관 조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경우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약관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면책약관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삼성화재는 유족들에게 상해사망보험금 1억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앞서 1심은 김 씨의 사망 사고가 교통사고 후유증 및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판단능력이 극히 저하된 나머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을 이유로 보험사고(=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의 사망 사고가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상해 면책사유이고 또 이런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약관의 경우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보험청약서 중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보험약관과 계약자용 청약서, 보험가입자 안내문, 반송확인 엽서를 받았으며 청약사항에 이의가 없음을 확인하고, 청약서와 약관에 명시된 정보이용 조항에 동의합니다'라고 인쇄된 문구 아래에 계약자 및 피보험자로서 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사실관계에 비춰, 면책사유에 관한 약관 조항을 설명했다고 판단함으로써 유족들의 보험금 청구를 기각하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2심(항소심) 판결이 밝힌 바와 같이 상법은 보험사고가 심신상실 상태 또는 정신질환 상태에서 생긴 경우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험 통칙 중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의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고, 인보험에 관한 상법 제732조의2 제1항, 제739조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도 보험자는 면책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상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상해(손해)'라는 면책 약관 조항은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풀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3)

​2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지만, 흠이라면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따라 1심 판결의 대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고 거기에 '추가 판단 부분'과 '고쳐 쓰는 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판결문을 작성하다보니 판결 내용의 완결성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쳐 쓰는 부분' 중 삼성화재(피고)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와 관련해, 면책약관 조항의 내용을 설명했다고 판단한 1심과는 의견을 달리해서 면책약관 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도, 나아가 설명의무 위반 시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서, 판결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독자를 이해시키는 데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판결 이유를 적을 때는 제1심 판결을 인용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420조는 판결문을 손으로 직접 쓰던 시절에 만들어진 구시대적 규정입니다. 1심 판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복사해서 언제든지 2심 판결에 붙일 수 있는 오늘날에는 되도록이면 인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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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3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31일(재등록)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확정된 판결입니다.
3)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27일 (새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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