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저수지 추락 침수 차량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면 우발적 사고, 사망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저수지 내의 침수된 차량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경우 「유서 등 객관적 물증의 존재」나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덧붙입니다.

박 모 씨는 2003년 11월 어머니에 대한 가출 신고를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2014년 6월 춘천시 아리산길 인근 용산저수지 내에서 침수된 어머니의 차량이 발견됐고, 그 다음날 차량 안에서 사망한 어머니가 발견됐습니다. 

박 씨는 어머니가 고추를 사기 위해 용산저수지 옆길을 주행하던 중 운전 부주의로 저수지에 추락사했다면서 케이디비생명에게 유가족생활자금 5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디비생명은 박 씨의 어머니가 남편에 대한 「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드러나게 되자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어 「자살」한 것이고 또 보험금 채권의 소멸시효도 완성됐다는 이유 등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맞서 박 씨는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안승호 부장판사)는 박 씨가 케이디비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던 1심을 취소하고 "케이디비생명은 424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씨의 어머니는 차량에 탑승한 채 저수지에 추락하기 직전이나 이후에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외래적이고 우발적인 사고로 사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약관에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이 경우 보험사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00다12495)을 먼저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에 근접한 도로 상태를 보면 박 씨의 어머니가 과속이나 운전 부주의로 주행 차도를 이탈해 저수지로 운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박 씨의 어머니가 경찰에서 13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녀의 진술에 의문점이 많고 장판과 도배까지 새로 하고 차량 깔판 바닥을 교체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으며, 그 이후 검찰 조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후 차량에 태워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던 사실 등이 인정되지만, 그런 사실들만으로는 박 씨 어머니의 자살에 대한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보험금 채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케이디비생명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돼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하지 않고,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대법원 판결(2007다19624)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박 씨가 소 제기일부터 2년 이전에 어머니가 사망했음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고, 오히려 어머니의 시체가 발견된 때서야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그로부터 2년 이내에 소가 제기돼 소멸시효가 중단된 이상, 케이디비생명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박 씨의 어머니가 남편에 대한 살인 혐의를 부인했으나 그녀의 진술에 의문점이 많고, 장판과 도배까지 새로 하고 차량 깔판 바닥을 교체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으며 곧 검찰조사가 예정돼 있었고,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후 차량에 태워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던 점 등을 근거로 박 씨의 어머니가 운전 부주의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1심 판결을 뒤엎은 이 항소심 판결에 대해 케이디비생명이 상고를 제기했지만, 본안심리도 받지 못하고 심리불속행기각돼 2심(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차량을 운전하다가 저수지로 추락해 사망하는 이런 유형의 사고의 경우, 법원은 이를 우연한 사고로 봐서 교통재해사망보험금이나 교통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는 경우가 있고, 고의에 의한 자살로 봐서 보험사의 면책(보상하지 않는 손해)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월등히 많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유형의 사건 즉 저수지에 추락한 후 피보험자가 탈출 시도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던 사건의 경우, 어떤 판결은 피보험자가 저수지에 추락 시 충격을 받고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어 구조 요청이나 탈출을 할 수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고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는 반면, 어떤 판결은 사고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저수지에 빠진 후 침수하기까지 약 15분 동안 자동차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므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자살에 의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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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3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31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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