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장해 5급의 감각신경성 난청과 이독성 항생제 투여 간 인과관계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감각신경성 난청이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등의 항생제 투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해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민 모 씨의 아들은 흥국생명 보험 가입 당시에 만 2세 10개월 남짓이었는데, 한 대학병원에서의 청력 검사 결과 왼쪽 50dB, 오른쪽 40dB에서 반응할 정도의 청력이었고, 두 번째 검사 결과는 왼쪽 75dB, 오른쪽 68.3dB에서 반응할 정도의 청력이었으며,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인 상태였습니다. 이는 보험 약관 장해분류표 상 제5급 제11항의 '두 귀의 청력에 뚜렷한 장애를 영구히 남겼을 때'에 해당합니다.

민 씨의 아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는데, 삼성서울병원의 검사 결과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mt.960_961inC 돌연변이가 발견됐습니다. MIRNR1 유전자 돌연변이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 이독성(aminoglycoside ototoxicity)의 질병 소인과 관계돼 있습니다.

민 씨는 '아들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또는 기타 이독성이 있는 항생제 투여로 발생한 것이므로 흥국생명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흥국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대전지법 민사14단독 권성우 판사는 민 씨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권 판사는 「민 씨 아들이 보험기간 중에 총 12회에 걸쳐 소아과의원에서 위장염 및 급성 기관지염 등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서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인 아미카신을 11회 가량 투여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 씨 아들은 보험 가입 이전에 급성 코인두염, 상세불명의 급성 인두염,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대장염 등으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항생제가 투여됐을 가능성이 있고,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통의 항생제의 이독성 효과로 청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4000Hz, 8000Hz의 고주파 영역에서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진행성 난청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 등에 비춰 보면, 감각신경성 난청이 보험기간 중의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의 항생제 또는 기타 항생제 투여료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설사 보험기간 중의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또는 기타 항생제 투여가 민 씨 아들의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의 투여로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가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물질에 이독 반응을 보여 청각 세포가 비가역적으로 파괴, 괴사돼야 하는 점, 민 씨 아들에게서는 미토콘드리아와 관련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그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의 원인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보면, 민 씨 아들의 감각신경성 난청은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서 보험 약관에서 정한 재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의 장해가 재해 즉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사가 아닌 보험금 청구자가 부담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이독성 약제인 항생제를 치료 목적으로 다량 혹은 난청을 일으킬 정도로 상당한 정도의 양을 투약 받았고, 그 투약의 부작용으로 난청(청력 상실)이라는 장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안입니다. 법률상담이나 자문 과정에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유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유전, 출생 시 난산으로 인한 저산소증, 임신 중 감염, 소음, 내이염, 대사 이상, 두부 타박상, 뇌막염, 면역 이상 중금속이나 항생제 등의 약물 중독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유·소아의 경우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은 유전적인 요인에 기인하거나,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사례에서 보험금 청구자 측으로서는 미토콘드리아가 유전자 구조를 변형시켜서 아미노글리코사이드와 정상보다 강하거나 비가역적인 결합을 유발하고 그 결과 단백질 합성 체계의 장애를 발생시켜 난청을 초래하는 피보험자의 신체 내부의 병리적 결과를 일으켰는지를 밝히는 것이 난제일 뿐더러 설령 그런 병리적 결과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해도 이를 곧바로 신체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외래의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검토해 봐야 합니다. 만약 보통의 건강인으로서는 전혀 문제시 되지 않을 정도의 손상은 재해 판단에 있어서 무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인에게는 이독성이 없는 소량의 아미노글리코시드가 투여되더라도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는 환자에게는 와우 유모 세포와 같은 특정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합성 체계의 장애가 발생해 난청이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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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1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7일(재등록)

1)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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