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기존 후유장해 차감 규정만 있을 경우 상해보험 후유장해지급률 산정 시 기왕증 공제 안된다

운전미숙으로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교통사고 피해자의 신체장해, 질병 등의 기왕증이 교통사고와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보험사는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왕증 공제에 관한 약관 규정이 있을 때만 보험 가입자의 체질 또는 소인 등이 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해 드리고 간단한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KB손해보험이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김 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지급률 20%의 심한 경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후유장해를 입는 동시에 '신경계·정신행동 장해 중 신경계에 장해가 남아 일상 생활 기본 동작에 제한을 남긴 때'에도 해당해 그 지급률은 이동 동작 30%, 음식물 섭취 10%, 배변·배뇨 10%, 목욕 5%, 옷 입고 벗기 3%로서 합계 58%가 됐습니다. 약관에는 '동일한 신체 부위에 장해분류표상의 2가지 이상의 장해가 발생한 경우 더하지 않고 그 중 높은 지급률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김 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장해지급률 58%의 후유장해 상태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으로서,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시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며 「다만 보험 약관에 계약 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질병의 영향에 따라 상해가 중하게 된 때는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지급될 보험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약관 조항에 따라 피보험자의 체질 또는 소인 등이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다는 사유를 들어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한편 「KB손해보험은 약관 규정2)에 따라 김 씨의 기왕증으로 인한 부분은 장해 지급률 또는 보험금을 산정할 때 차감돼야 하므로 보험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그 약관 규정은 단순한 기왕증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피보험자에게 기존의 후유장해가 있었을 때에 관한 규정인데 김 씨에게 교통사고 이전에 후유장해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약관은 피보험자에게 후유장해가 있었을 때 그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차감에 관한 규정일 뿐, 장해지급률을 산정할 때 기왕증에 따라 장해지급률을 차감하거나, 보험금 지급 채무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설령 KB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김 씨에게 기왕증이 있었고 이것이 교통사고와 공동 원인이 돼 김 씨가 후유장해 상태가 됐다 하더라도 기왕증은 김 씨의 후유장해 지급률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김 씨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KB손해보험은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는 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함께 타고 가던 중 지인이 전북 고창군에 있는 한 정미소 앞 도로에 이르러 주차를 하다가 운전미숙으로 차량 앞 부분으로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김 씨는 추간판탈출증 및 척추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김 씨는 교통사고로 후유장해 상태가 됐고 이는 보험계약 장해분류표에서 정한 장해지급률 50% 이상의 후유장해 상태에 해당한다며 KB손해보험에게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김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피해자)가 보험 가입 전에 보유하고 있던 신체장해, 질병 등과 같은 기왕증을 고려한 보험금 감액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습니다. 

약관에 보험 가입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 보험사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감액 규정(기왕증을 고려한 보험금 감액 약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할 수 있다는 견해가 판례 및 다수설의 입장입니다.  

이 판결의 원고인 KB손해보험 약관에는 기왕증을 고려한 보험금 감액 약관 규정이 없습니다. 문제가 된 약관 규정의 경우 그 의미가 조금 불분명해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고,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되지 않았던 후유장해' 또는 '후유장해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던 후유장해' 중 하나에 해당하는 후유장해가 있었을 때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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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18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7일(재등록)

1) 약관 제15조 제8항을 말합니다. 제15조 제8항은 『이미 다음 중 한가지의 경우에 해당하는 후유장해가 있었던 피보험자에게 그 신체의 동일 부위에 다시 제7항이 규정하는 후유장해상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다음 중 한가지의 경우에 해당되는 후유장해에 대한 후유장해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고 최종 후유장해상태에 해당되는 후유장해보험금에서 이미 지급받은 것으로 간주한 후유장해보험금을 차감해 지급한다.
1. 이 계약의 보장 개시 전의 원인에 의하거나 또는 그 이전에 발생한 후유장해로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되지 않았던 후유장해
2. 제1호 이외에 이 계약의 규정에 의하여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되지 않았던 후유장해 또는 후유장해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던 후유장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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