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15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 대신 부모가 서명한 사망보험은 계약 무효


글 : 임용수 변호사


15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에 가입하면서 자녀의 서명을 어머니가 대신했다면 그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는 정 모 양(사망 당시 16세)의 어머니 정 모 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정 양은 2015년 12월 오전 고등학교 특수반 체육 활동 수업 시간에 준비운동, 스트레칭, 총 150m 직선 달리기와 짐볼(Jim ball) 주고받기 및 굴리기, 피구 등을 한 뒤 앉아서 다른 친구들의 경기를 보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습니다. 
 
정 씨는 2010년 3월 당시 만 11세이던 정 양을 피보험자로 메리츠화재의 '무배당 닥터키즈'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정 씨는 "딸이 체육 활동 후 경기를 보던 중 쓰러지는 사고로 상해를 입고 사망했다"며 "주위적으로 상해사망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예비적으로 보험계약 중 상해사망 담보 부분이 무효라면 납부한 보험료 10여만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정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 또는 제732조에 따라 무효이고, 정 양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닌 내적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어서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상법 제731조 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고,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 가입 당시 정 씨가 보험청약서의 피보험자란에 미성년자인 딸 대신 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보험계약 중 상해사망 담보 부분은 정 양의 서면 동의를 받지 못해 무효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설령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동의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해사망 담보 부분에 대한 정 양의 서면 동의는 정 씨와 정 양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때에 해당해 민법 제921조 제1항에 따라 특별 대리인이 선임돼야 할 것인데, 정 씨가 보험에 가입할 당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정 양으로부터 상해사망 담보 부분에 관해 서면 동의할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정 씨는 딸이 사망에 이를 만한 질병이 없었고 체육 활동이 기초체력이 약한 정 양에게 육체적으로 무리를 줬다는 근거를 드는 외에 체육 활동과 정 양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납부 보험료를 반환하라는 정씨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메리츠화재는 상해사망 담보가 상법 제731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되는 이상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보험료 10여만원(1550원 × 69개월)을 정 씨에게 반환하라」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이 보험계약은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만 15세 미만의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는 책임준비금과 납입보험료 중 큰 금액을 지급한 후 계약은 소멸되는 계약」이라며 「이를 상법 제732조에 규정된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등의 법정대리인이 이들을 대리해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보험금의 취득을 위해 이들이 희생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사망보험의 악용으로 인한 도덕적 위험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둔 효력 규정"이므로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또는 보험수익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무효가 된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2)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온전한 의사에 기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고 법정대리인에 의한 대리 동의를 인정하게 되면 보험금의 취득을 위해 이들이 희생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사망보험의 악용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든 강행규정입니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15세 미만인 자를 피보험자로 해 그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내용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상법 제732조의 강행규정에 위반해 절대 무효입니다. 이 보험계약의 상해사망 담보 부분도 상법 제732조에 따라 무효입니다. 

이 판결은, 상법 제732조(15세 미만자 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규정은 판단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강행규정이고, 15세 미만자를 피보험자로 한 사망보험(상해로 인한 사망 포함)의 무효는 보험계약 당시의 나이를 기준으로 하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만 15세 미만이면 절대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험계약에서 주계약상의 상해사망 담보 부분이 무효가 될 경우 주계약 전부가 무효로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계약 중 장해 담보 부분이나 선택적으로 가입한 질병 등의 담보 특약은 유효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도 상해사망 담보 부분은 여전히 무효입니다. 

약관에 규정된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보험기간이 개시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상법 제732조의 취지상 당연한 것입니다. 또, 만 15세 미만의 피보험자가 사망한 것은 보험사고(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므로 이때 지급되는 책임준비금과 납입보험료 중 큰 금액은 보험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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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월 1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9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8. 선고 2017나61975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23. 선고 2017가단50331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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