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소아신경외과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랑게르한스-세포 조직구증은 보험 약관에서 정한 암 및 고액치료비암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암진단비 및 고액치료비암진단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지참하고 상담해 주세요.
이 모 씨는 2005년 6월 동부화재와 사이에 피보험자 및 수익자를 이 씨로 하고 암진단비 2000만 원과 고액치료비 암진단비 5000만 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씨는 2013년 10월 조직검사 결과는 병명 불명으로 나왔지만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신경외과 의사로부터 이 씨의 병명을 '임상적으로 랑게르한스-세포 조직구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이 씨가 동부화재에 암 및 고액치료비암 진단비를 청구했지만, 동부화재는 경계성종양 진단비 400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이 씨는 동부화재를 상대로 암진단비 2000만 원과 고액치료비암진단비 5000만 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대연 부장판사)는 이 씨가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동부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동부화재는 이 씨에게 암진단비 및 고액치료비암진단비 합계 7000만 원에서 기지급 경계성종양진단비 400만 원을 뺀 나머지 6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던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을 확진할 수 있는 항원과 종양 세포 자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종양성 두개 결손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점액성 변성, 병소 출혈, 영양실조성 석회화, 만성 염증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랑게르한스 세포조직구증의 경우 흐물거리면서 아주 잘 부서지는 종괴로 출혈 시 지혈하는 동안 흡입기로 조직이 빨려 들어가서 적절한 종양 조직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조직검사상 종양세포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이 씨의 경우 수술 당시 종양 부위를 절개할 때 아주 많은 출혈이 있어 지혈에 많은 시간을 보내 종양 조직이 포함된 조직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보험 약관상 암 및 고액치료비암에 해당하는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았고, 진단서 및 이를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임상학적 암 및 고액치료비암이 진단 확정됐다는 취지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보험 약관상 암 및 고액치료비암에 해당하는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았고, 진단서 및 이를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임상학적 암 및 고액치료비암이 진단 확정됐다는 취지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앞서 1심은 "이 씨의 종양에 대해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아 암 및 고액치료비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 및 고액치료비암의 증거로 인정되고 증명 기록이나 증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 암 및 고액치료비암으로 진단 확정된 사안"이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항소심(2심) 재판부는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에 관해 병리학적 진단(확정)이 있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임상학적 진단이 있었다는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판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임상학적 진단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 씨의 종양에 대해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판단을 했다면 보다 더 완결성을 갖춘 판결이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랑거한스세포조직구증, Langerhans cell histiocytosis, LCH)은 벡혈구 중 조직구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 여러 조직과 장기에 축적되는 희귀 질환에 속하며, 진단이 어려운 데다가 골 부위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골질환으로 진단돼 일반 치료를 받다가 나중에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Letter-Siwe병, Hand-Schuller-Christain병, 호산구성 육아종증, 단발호산구육아종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질환입니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은 2011년 1월 1일에 시행된 제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서 종전 코드(D76.0 달리 분류되지 않은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가 삭제되고, 'C96 림프, 조혈 및 관련 조직의 기타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로 재분류되면서 새로운 코드가 부여됐습니다.
그 결과, 만약 제6차 개정 KCD 시행일 전에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이라는 질환에 대해 D76.0로 진단을 받았다가 그 시행일 이후에 C96.6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암 진단금 내지 고액암 진단비(고액치료비암 진단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그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합니다.2)
그러므로 제6차 개정 KCD 시행일 전에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이라는 확정 진단이 있었고, 이후 제6차 개정 KCD의 시행으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이 암으로 재분류됐다면 그 시점부터 객관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암 진단금의 소멸시효는 제6차 개정 KCD 시행일부터 진행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왜냐하면 제6차 개정 KCD의 시행으로 랑게스한스 세포 조직구증이 C96 코드의 암으로 재분류된 것으로 보험금청구권자가 알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주관적인 사정에 불과할 뿐, 그런 사정이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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