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신용불량 등의 이유로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가입한 차명 계약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는 보험청약서 등에 나타난 대로 보험계약자를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자)으로 알고 계약을 맺어 증권을 발급하고 매달 명의자의 계좌를 통해 보험료를 받아왔으므로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 차명으로 맺은 보험 … 계약당사자는 실질적 계약자 아닌 명의인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조업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숨진 한 모 씨의 아들(22세)이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 씨는 신용불량 때문에 본인 이름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한 것」이라며 「한 씨는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가 되는 것을 의도했고 보험설계사 역시 자신이 보험계약자가 되는 것을 양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청약서 등에 나타난 대로 보험계약자를 명의자(보험설계사)로 알고 계약을 맺어 증권을 발급하고, 매달 명의자의 계좌를 통해 보험료를 받아왔다」며 「따라서 보험계약자는 명의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실질적인 계약자가 한 씨라고 보고 동부화재의 주장을 더 살펴보지 않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 씨가 2013년 조업 중 바다에 빠져 숨지자 한 씨의 아들은 동부화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한 씨가 아니라 보험설계사라며 동부화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그해 12월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 해석 문제에 해당한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 당사자로 확정해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목적·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의해 계약 당사자를 결정해야 한다.2)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부화재가 보험청약서 및 보험증권에 표시된 명의자를 보험계약자로 알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였지만, 하급심 판결 중에는 예외를 인정한 경우가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보험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 실질적인 보험료 납입자를 알았다면 실질적인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그런 경우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험계약자라고 주장하는 자가 보험사라는 회사 조직이 자신을 실질적인 보험계약자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입증 곤란으로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설계사는 단독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독립된 상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보험설계사가 실질적인 보험 가입자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보험사가 실질적인 보험 가입자를 알았던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
2)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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