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사기 계좌 통장 명의자라도 통장 입금액 사용하지 않았다면 반환 책임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기 범죄에 이용된 계좌의 통장 명의자라도 실제로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면 보험사에게 피해 금액을 돌려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해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3부(재판장 허명욱 부장판사)는 보험사기 피해를 당한 농협생명보험이 범죄에 사용된 통장 명의자 김 모 씨를 상대로 "6269만 원을 돌려달라"며 낸 계약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김 씨가 농협생명에게 부당이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편취 보험금을 수령하고 김 씨의 다른 계좌로 이체한 시기 및 횟수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거꾸로 김 씨의 다른 계좌에서 범죄에 사용된 조합계좌로 수회에 걸쳐 상당한 금액이 이체된 흔적이 보인다」며 「그 같은 점에 비춰 보험 사기범이 김 씨 명의의 조합계좌로 편취 보험금을 수령했고 그 계좌로 입금된 편취 보험금과 비슷한 액수의 돈이 김 씨의 다른 계좌로 송금됐다는 사정만으로 김 씨가 보험 사기범의 범행에 가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의 조합계좌로 편취 보험금이 입금돼 김 씨가 통장 입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했다고 해도 김 씨가 실제로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면 김 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며 「범죄에 사용된 김 씨의 조합계좌로 편취 보험금 6268만원이 입금됐고, 그 계좌에서 김 씨의 다른 계좌로 6137만원 상당이 이체돼 김 씨가 그 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범죄에 사용된 김 씨 명의의 조합계좌에서 김 씨의 다른 계좌로 이체된 돈이 농협생명으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한 돈의 일부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가 김 씨의 다른 계좌로 입금된 6137만원만큼의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돈을 농협생명의 손해로 봐서 농협생명에게 반환을 명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는 그의 어머니와 10년 넘게 동거 생활을 하던 동거남(사기범)이 김 씨 명의의 조합계좌를 사용하면서 김 씨와 관련된 금전 거래뿐만 아니라 10개 보험사를 기망해서 편취한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 그보다 많은 금전 거래를 수시로 했습니다. 사기범은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2016년 5월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검사와 사기범의 항소가 모두 기각돼 2016년 9월 확정됐습니다. 나중에야 보험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농협생명은 김 씨를 상대로 "편취 보험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공시송달로 진행한 뒤 김 씨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열어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대법원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해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1)

농협생명으로부터 보험금으로 입금된 돈이 김 씨 명의의 조합계좌에서 그 성질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김 씨 명의의 다른 계좌로 이체됐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대법원 판결의 법리 등이 고려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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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7월 26일

1)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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