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목욕탕 내 냉탕에서 물에 빠진 상태로 발견된 후 사망했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해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길 씨는 교보생명과 사이에 아내의 사망 시 수익자를 길 씨로 정하고 아내가 재해로 인해 사망했을 때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종신보험을 체결했습니다. 길 씨는 또한 아내의 사망 시에 기본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종신보험도 체결했습니다.
종신보험 약관은 '재해'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2)로서 별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로 정의하면서, '불의의 익수' 또는 '목욕탕 안에 있는 동안의 익사 및 익수', '목욕탕으로 떨어진 후의 익사 및 익수' 등을 재해에 포함시키고 있었습니다.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경우, 질병에 의한 호흡 장애 및 삼킴 장해에 해당하는 경우 등은 재해에서 제외했습니다.
길 씨의 아내는 2012년 3월 오후 6시경 원주시에 있는 목욕탕 내 냉탕에서 물에 빠진 채 발견돼, 응급구조대에 의해 연세대학교 원주기독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7시 30분쯤 사망했습니다.
길 씨는 교보생명에게 아내의 사망 사고를 이유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과 기본사망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교보생명은 길 씨에게 아내의 사망 사고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감액법에 따라 기본사망보험금 중 45%에 해당하는 4520여만 원(추가납입 보험료 합산 등의 사정으로 기본사망보험금액이 1억 원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지급했습니다.
길 씨는 "아내의 사망 사고가 불의의 익수로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한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며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 미지급 기본사망보험금 5500만 원의 합계 1억 5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보험약관이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길 씨 아내의 사망 사고는 물에 빠져 질식사한 것이 아니고 평소의 허약한 체질에 따른 질병사이고 그녀가 목욕탕 내 냉탕에 들어간 행위는 경미한 외부 요인에 불과하므로 길 씨 아내의 사망은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약관상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은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인 경우에 경미한 외부적 요인이 이에 가공했다 하더라도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있는 이상 이를 보험계약 약관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므로,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길 씨의 아내에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길 씨 아내의 직접 사인은 '익수'라고 기재돼 있고,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 사고 종류를 '익사', 직접 사인을 '익수'라고 기재한 점, 발견 당시 얼굴이 냉탕에 잠겨 있었던 점, 담당의사가 흉부 X-선 검사상 폐의 전반적인 상태가 물을 흡입한 소견이 보였다고 회신했고, 길 씨의 아내는 사망 전 갑작스러운 사망을 유발할 만한 급성 심근경색 등의 심장 질환이나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고, 지병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질환으로 치료받은 사실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즉 '불의의 익수'로서 보험계약 약관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길 씨의 아내가 평소의 허약한 체질로 인해 갑자기 현기증 등으로 의식을 잃었다 하더라도 그녀가 물속에 쓰러지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물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즉시 기도가 폐쇄돼 사망했으므로,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그녀가 물속에서 의식을 잃었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예를 들어 수심이 깊은 강물에 빠져 사망했다면 '물에 빠짐'(익수)이 통상적으로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사를 초래할 수 있는 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목욕탕 물에 빠지는 행위가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사를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치 않는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확인되는 경우로 볼 수 있는지는 사례별로 엄격하게 따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습니다.
3) 서울고등법원 2015. 9. 3. 선고 2014나998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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