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리권 없는 보험모집인의 잘못된 설명대로 기본연금 확정 지급 안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생존연금 중 기본연금을 확정 금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없었다면,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과는 달리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기본연금 및 증액연금을 무조건 지급하거나 지급을 보장하기로 하는 약정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해 드리고 간단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권 모 씨는 1994년 8월 처브라이프생명(Chubb life, 구 에이스생명)과 사이에 피보험자 및 수익자를 권 씨로 하고 생존연금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노후적립연금보험을 체결했습니다. 권 씨는 1994년 8월부터 10년간 처브라이프생명에게 매월 15만 원의 보험료를 지급했습니다.  

노후적립연금보험 계약 당시 정기예금이율은 연 8.5%였는데, 그 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연금 지급 개시일 무렵인 2011년 7월에는 연 3.3% 정도였습니다. 지속적으로 변동된 정기예금이율에 의할 경우 노후적립연금보험의 연금지급 개시일인 2011년 8월 기준으로 산정한 책임준비금은 32,268,934원이고, 그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처브라이프생명이 권 씨에게 2011년 8월 최초 지급해야 할 생존연금 중 기본연금을 노후적립연금보험 약관에 따라 계산하면 2,316,723원이 됩니다.

노후적립연금보험 약관, 처브라이프생명의 사업방법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의하면, 처브라이프생명은 권 씨에게 보험기간 1년 전 계약 해당일까지 적립된 계약자 배당준비금1)을 기준으로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정한 방법에 의해 계산된 금액을 매년 연금 지급 시 증액연금으로, 보험기간 개시 후 발생하는 계약자 배당준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을 매년 연금 지급 시 가산연금으로 각 지급해야 합니다. 처브라이프생명이 권 씨에게 2011년 8월 최초 지급해야 할 증액연금을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하면 1,611원이 됩니다.

권 씨는 '노후적립연금보험 계약 당시 교부받은 가입설계서에는 증액·가산연금에 대해서만 변동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을 뿐 기본연금에 대해서는 그러한 기재가 없고, 처브라이프생명의 보험모집인도 권 씨에게 가입설계서를 교부하면서 증액·가산연금만 변동될 뿐 기본연금은 고정적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씨는 또한 '가입설계서의 내용이 노후적립연금보험 약관에 정한 내용보다 유리해 약관에 따라 가입설계서의 내용대로 노후적립연금보험이 성립됐으므로, 처브라이프생명이 권 씨에게 매년 지급해야 할 생존연금 중 기본연금액은 정기예금이율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6,610,000원으로 확정됐다'는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처브라이프생명은 노후적립연금보험 약관, 가입설계서, 보험증권 등에 기재된 내용에 비춰 볼 때, 처브라이프생명이 노후적립연금보험에 따라 권 씨에게 지급해야 할 생존연금의 액수는 권 씨가 납부한 연금계약 순보험료에 '정기예금이율 × 125%'의 이율을 적용해 산정한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어서 정기예금이율의 변경에 따라 매년 지급해야 할 생존연금액도 당연히 변경되므로,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생존연금액 8,100,000원 및 8,320,000원은 예시된 금액에 불과하다고 다퉜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정일연 부장판사)는 권 씨가 처브라이프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처브라이프생명은 권 씨에게 23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보험약관이 계약 당사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고,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 보통보험약관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계약자가 그 보험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에 관해 달리 약정한 경우에는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증액·가산연금에 대해서는 계약자에게 보험회사 배당 제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된 것으로 변동될 수 있으며 장래에 지급을 보장하는 금액이 아니라고 기재돼 있고, 환급금액과 관련해 "상기 환급금액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94. 6. 현재 8.5%) 변동 시는 달라질 수 있으며 10년 미만 중도해약 시는 차등이율을 적용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 처브라이프생명의 보험모집인 황 모 씨가 노후적립연금보험 계약 당시 권 씨에게 가입설계서를 교부하면서 생존연금 중 기본연금은 고정돼 있는 금액이고, 증액·가산연금의 경우에만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권 씨가 보험청약서에 서명날인을 하고 이를 처브라이프생명에게 제출했던 점, 보험증권에 확정된 연금 지급액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기본연금을 확정 금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개별약정이 있었다고까지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면, 권 씨와 처브라이프생명 사이에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과는 달리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기본연금 및 증액 연금을 무조건 지급하거나 지급을 보장하기로 하는 약정이 체결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보험모집인은 보험사에 종속돼 일반대중을 상대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권유하고 중개하는 사실행위를 수행하는 자로서 보험회사를 대리해 직접 보험계약 체결을 대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고, 보험모집인이 보험 상품을 선전하고 보험 가입을 권유해 보험 모집을 하는 것은 청약의 유인에 지나지 않으며, 보험계약자의 청약에 대해 보험회사가 승낙한 때 비로소 보험계약이 성립하게 된다」면서 「노후적립연금보험 계약 당시 처브라이프생명의 보험모집인이 보험모집을 하면서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관계없이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기본연금을 확정적으로 지급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더라도, 처브라이프생명을 대리할 권한이 없는 보험모집인의 그 같은 잘못된 설명이 곧바로 노후적립연금보험의 내용으로 편입된다거나 기본연금에 관한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과는 다르게 노후적립연금보험의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노후적립연금보험과 관련한 기본연금액 청구와 관련해 보험 가입자가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보험 가입자가 소송을 제기하고자 할 때는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험계약자가 교부받은 가입설계서에 노후적립연금보험계약의 기본연금액이 변경 가능한 금액이 아니라 확정 금액인 것처럼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보험계약 당시 약관의 내용을 배제하고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금액을 무조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개별약정이 체결됐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별도의 개별약정이 명시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설령 보험계약자가 약관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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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1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4일(재등록)

1) 계약자 배당준비금이란 '매 보험년도말 에이스생명의 내부 지침에 따라 계산해 적립하되,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 × 125%로 월단리, 연복리 방법으로 부리해 적립한 금액'을 말합니다.
2)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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