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히말라야 등반 중 실족 사망 사고라도 전문등반 아니면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히​말라야 등반(2013년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반)에 나섰다가 실족 사고로 숨진 산악인 박남수 등반대장에게 전문등반이 아니었다며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간단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광주고법 민사 2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디비(DB)손해보험이 히말라야 등반 도중 실족해 사망한 박 대장의 유족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며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박 대장은 광주·전남 지역 산악인들과 히말라야 14개 고산 중 유일하게 등반하지 못한 칸첸중가를 등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히말라야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원정대(총 10명)를 구성했습니다.

그 당시 박 대장 등 3명은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광주시연맹에 속해 있었고, 또 3명 모두 각각 다른 산악회에 소속된 상태였습니다. 박 대장은 2013년 3월 네팔 카투만두로 출국해 같은해 5월 칸첸중가(8586m)를 등반한 뒤 하산하다가 7400m 지점에서 실족해 숨졌습니다.

이​에 박 대장의 유족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DB손해보험은 박 대장의 사망 사고가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 중 발생한 손해'이고 이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거절하고 지급 의무가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아래에 열거된 행위를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로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용구를 사용해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합니다), 글라이더 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또는 이와 비슷한 위험한 운동으로 열거하고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직업 또는 직무로 전문등반을 한다'는 것은 생계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일정한 기간 계속해 전문등반을 하거나 직업상 맡게 된 임무를 위해 전문등반을 하는 것」이라며 「박 대장이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고산을 수 차례 등반한 적이 있는 사실만으로는 직업 또는 직무로 칸첸중가를 등반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면책약관 조항에서 '직업·직무'와 함께 '동호회 활동 목적'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직업 또는 직무처럼 동호회의 활동 또한 일정한 기간 계속해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에 착안한 것」이라며 「원정대가 각자 다른 산악회에 소속된 산악인들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모임을 구성해 함께 취미 활동을 한 것을 동호회 활동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 대장이 여러 명이 함께 오랜 기간 준비해 해외에서 전문 등반을 했다는 것만으로 전문 등반을 위해 한 동호회 활동이라고 섣부르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광주시연맹과 박 대장이 속한 산악회가 전문적인 등반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가 아닐뿐만 아니라 원정대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대원들이 칸첸중가 등반 이후에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전문등반을 할 예정이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사고 위험성이 높은 전문 등반 중 발생한 사망 사고의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를 정하면서 그 의도를 약관에 명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박 대장의 사망 사고가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 등반을 하던 중 발생한 사망 사고인지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이 사건에서는 면책 약관 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한 해석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종합하면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동호회 활동으로 볼 수 있는 이상 동호회 정규 모임이 아니라 동호회 회원 일부가 비공식적으로 모여서 하는 취미 활동 역시 면책사유인 동호회 활동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DB손해보험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에 대해 DB손해보험이 대법원에 상고를 냈으나, 대법원 민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3)


​대법원은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동호회'란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직업·직무 활동에 준해 계속적·반복적 활동이 예상되는 모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박 대장이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꾸린 등반대가 보험사 면책약관상의 '동호회'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4)

2020년 선고된 판결 중에도 피보험자가 네팔에 있는 아일랜드피크 등반 중 해발 5,700m 내지 6,189m의 고지대에서 고산병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이중 등산화, 크램폰, 아이스액스 등 전문적인 등산 용구를 사용하면서 트레킹을 하고 있었고, 본격적인 등반에 앞서 10일간 고도 적응, 장비 사용 훈련을 받는 등 전문등반을 하던 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전문등반이 피보험자의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요건으로 하므로, 사고 당시 (등반을 위해 일회성으로 모여 구성된 것에 불과할 뿐)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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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10월 12일
  • 2차 수정일 : 2020년 7월 18일(재등록-구글 블로그 등록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10월 14일(판결 추가)

1) 광주고등법원 2017. 9. 26. 선고 2016나1365 판결.
2) 광주지방법원 2016. 8. 26. 선고 2014가합5731 판결.
3) 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다48706 판결.
4) 1차 수정일 : 2019년 10월 30일 
5) 3차 수정일 : 2020년 10월 14일(판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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