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외래 사고로 인한 사망...부검 없이도 인정,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면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실시하지 않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소개와 함께 구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Tip)을 덧붙여 드립니다.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현대해상이 여주대교 밑 남한강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유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다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유 씨는 2015년 12월 새벽 무렵에 외출한 뒤 다음날 오전 9시 50분쯤 여주대교 밑 남한강변 부근에서 수중에 엎드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에 유족들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유족들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가 익사로 사망한 사실은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어 사고의 급격성과 외래성의 요건이 충족됐고, 유 씨가 남한강변 주변을 배회하다가 실족했거나 제3자의 행위에 의해 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우연한 사고에도 해당한다」며 「유 씨의 고의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발생한 보험금 지급 사유 즉 면책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현대해상의 면책 항변은 이유 없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이르러 현대해상은 "삼성생명이 유 씨의 아버지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 사인코드를 "X70"으로 기재했고, 유 씨의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됨에도 유족들이 부검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은 이상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추가했습니다.

부검

​그러나 재판부는 「유 씨가 삼성생명에 가입한 여성시대건강보험은 고의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사망"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이고, 현대해상이 유 씨의 사망이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던 이상, 삼성생명이 유 씨의 아버지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 "사인코드"란에 "목맴, 압박 및 질식에 의한 고의적 자해"를 의미하는 "X70"을 기재했다는 사정 및 유 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 면책사고라 할 수 없다」며 「유 씨의 사망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망원인(Causes of death, 사인)이란 사람이 죽을 때 인체에서 볼 수 있는 이상 현상 즉 죽음의 원인을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보건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서 사망진단서에 기재되는 사인을 '사망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질병, 병태 및 손상과 모든 이러한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 상황'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2)  

사망원인이 의학적 사인(死因)이라고 한다면, 사망의 종류는 법률적 또는 보험적 사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망원인에 질병과 손상이 있다면, 사망의 종류는 크게 병사(病死, 질병으로 죽는 것)와 외인사(外因死, 외부적 요인으로 죽는 것)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인의 결정은 병사는 병명이 되고, 외인사는 손상명이 됩니다.

병사는 질병, 노환 때문에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므로 자연사(natural death) 또는 내인사라고도 부릅니다. 외인사는 자살, 타살, 사고사의 세 가지로 나누게 됩니다. 그 밖에 법률적 용어로 변사(unusual death)라는 것이 있습니다. 변사를 비자연사 또는 외인사라고도 부르는데, 변사에는 병사인지 외인사인지를 알 수 없는 사인불상(死因不詳, 사망원인을 알 수 없음)이 포함되지만, 외인사에는 사인불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판결 사안에서 현대해상은 유 씨가 익사로 사망했다는 사실 즉 익사라는 외부적 요인이 사망원인(외인사)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았으면서도, "유 씨의 사망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됨에도 유족들이 부검을 통해 유씨의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은 이상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앞서 다투지 않았던 사망원인(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여부)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전후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철회된 현대해상의 주장을 법원이 판시 이유에 포함시킨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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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12월 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8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7. 7. 7. 선고 2017나2014909 판결. 
2) 사인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원사인(原死因, Underlying cause of death)'이란 것이 있는데, WHO에서 정의하고 있는 '원사인'이란 『①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질병이나 손상, 또는 ②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 또는 폭력 상황』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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