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속도로 방호벽 충격 후 사망 사고, 고의 인정할 증거 없다면 상해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전자가 고속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과 방호벽을 충격하고 사망한 경우 고의로 일으킨 사고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립니다.

사고의 우연성과 외래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지만 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면, 보험사가 고의 사고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B씨의 여자친구인 N씨가 "B씨가 교통사고라는 외부적 원인에 의해 사망했으므로 상해사망보험금을 달라"며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N씨에게 4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사고 차량 견인 당시 운전적 안전벨트는 채워진 상태였고, 공학감정기술평가서에 B씨의 예견치 않은 안전운전 부주의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판단된다는 결론이 있으며, 교통사고 발생 상황보고와 교통사고 조사보고에도 사고 원인으로 안전운전 불이행,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 기재돼 있는 등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전 유서 등의 자료나 여자 친구인 N씨로 하여금 거액의 보험수익금을 취득하게 할 만한 동기가 없고,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생각이었다면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리가 없으며,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려는 B씨가 어떠한 심리적인 동요 없이 방호울타리 및 방호벽을 충격하기 위해 직진에 가깝게 진행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보면, 이 사고는 B씨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므로 상해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B씨는 2016년 10월 중순 경북 성주군 선남면 장학리에 있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쏘나타 차량을 편도 2차로 중에서 1차로를 따라 운전하던 중, 차량의 좌측 전면부로 진행방향 좌측 가드레일과 방호벽을 1차로 충격하고, 다시 진행방향 우측 성주터널 방호벽을 2차로 충격하는 사고로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B씨는 사망하기 4개월 전인 2016년 8월 디비손해보험에 B씨를 피보험자, 여자친구인 N씨를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의 사망보험금 수익자였던 B씨의 여자 친구는 디비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디비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B씨가 외부적 원인에 의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으로서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뜻하므로,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합니다.2) '우연한 사고'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면책되기를 원하는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안의 경우 디비손해보험은 B씨가 사고의 발생 전에 유서 등을 작성했다거나 자살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방호벽이나 터널 옹벽 등을 충격하고 사망한 이런 유형의 교통사고 사건과 관련해서는 변호사 업무 경력이 오래 쌓이다 보니 이래저래 법률자문을 하거나 소송대리인으로서 직접 소송 수행을 하기도 하는 등 유사 사건들을 몇 번 다뤄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상의 방호벽이나 옹벽을 충격한 사건에서는 보험 가입자 측에게 보험금 부정 취득을 노린 반사회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인정돼 일부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는 경우나 자살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보험사의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나 자살에 의한 사고로 판단한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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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1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1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21. 선고 2017가합504737 판결. 
2)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2다5728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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