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GnRH 검사 시행 없는 조발사춘기 진단 후의 성장호르몬 투여 치료도 질병 통원 치료


글 : 임용수 변호사


병원 의사가 GnRH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조발 사춘기'로 진단하고 성장호르몬 투여 등 치료를 했더라도 질병 치료 목적의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박 모 씨의 아버지는 2011년 9월 LIG손해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 박씨, 보험기간 2011년 9월부터 2102년 9월까지, 보험료 월 74,000원, 보험료 납입기간 20년으로 하는 무배당 LIG희망플러스자녀보험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부가해 질병통원형(외래) 실손의료비(갱신형) 특별약관도 가입했습니다.

질병통원형(외래) 실손의료비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병원에 통원해 치료를 받거나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에 보상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다만 '성장 촉진과 관련돼 소요된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해주지 않되, 회사가 보상하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보상해둔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2012년 1월 한 병원에서 조발 사춘기 진단을 받아 성장호르몬제(유트로핀) 주사를 맞은 후부터 주기적으로 같은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에 박 씨는 LIG손해보험에게 희망플러스자녀보험 중 질병통원형(외래) 실손의료비 특별약관에 기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LIG손해보험은 박 씨의 치료 내지 치료비 지출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 즉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박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LIG손해보험은 "박 씨에 대해 '조발 사춘기'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박 씨의 유방 발육 시점을 조사했어야 했고, 생식샘 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자극검사(GnRH 검사)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조발 사춘기' 진단은 진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박 씨에 대한 '조발사춘기' 치료 방법은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GnRHa)를 투여하는 것이고, 성장호르몬제만 단독으로 투여하는 것은 '조발 사춘기' 치료 방법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LIG손해보험이 박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다시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LIG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LIG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 씨에 대한 치료병원 진료기록에는 박 씨의 유방 발육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관한 기재가 없는 사실, 박 씨에 대해 조발 사춘기 진단을 내리기 전 GnRH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성조숙증 진료지침위원회'를 구성해 2011년 12월 발간한 '성조숙증 진료지침 2011'에는 성조숙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문진과 진찰을 통해 2차 성장의 시작 시기가 여야는 8세 미만, 남아는 9세 미만인지를 확인하고, 성조숙증 확진을 위해 GnRH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바, 이 같은 지침 내용의 합리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병원 의사가 박 씨에 대해 GnRH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조발 사춘기'로 진단하고 성장호르몬 투여 등 치료를 했더라도 그 당시 박 씨 주장의 보험사고로서 '질병이 있어 그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성장호르몬 투여 등 치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가 판시 이유에서 고려한 여러 사정들은 『① 조발 사춘기(질병코드 E301)와 사춘기조숙 내기 성조숙증(질병코드 E228)은 실질에 있어서는 거의 유사한 기전과 후유증이 있는 질환들로서 그에 대한 치료도 상당히 유사한 과정을 거침에도 그 진단 시점에 환자의 역연령에 따라 구별한 것에 불과한 점, ② 박 씨를 진찰한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는 당시 만 9세의 박 씨가 '만 8세 이전 유방 비대를 주소로 내원'했다고 진단서에 기재한 점, ③ 치료병원 소아과 전문의는 GnRH 검사를 제외하고는 박 씨에 대한 '조발 사춘기' 여부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모두 시행한 것으로 보이며, 치료병원 진료기록부에 그에 관한 기재가 없다고 해서 당시 박 씨의 유방 발육 시점에 관한 조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④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 발간한 『성조숙증 진료지침 2011』은 2011년 12월 24일 인쇄, 2011년 12월 31일 발행됐는바, 이 지침이 임상 현장에까지 배포되거나 알려진 시기는 알 수 없는 반면에 박 씨에 대해 최초로 '조발사춘기'로 진단된 시점이 이 지침이 발간되고 1개월이 되지 않은 2012년 1월경 있었던 점(이 지침이 발간되기 전에도 GnRH 검사를 토대로 박 씨에 대해 질병코드 E301의 조발사춘기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 있다고 진단한 점), ⑥ GnRHa 투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역연령은 여아의 경우 만 9세 미만이고, 박 씨를 진찰한 전문의들은 박 씨의 나이가 만 9세를 넘었고, 2차 성징 중간 발달 단계로 사춘기지연을 위한 GnRHa 투여보다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는바 이를 치료가 아니라고 볼 수 없는 점, ⑦ 박 씨가 주장하는 보험사고(질병으로 인한 통원 치료)가 희망플러스자녀 약관에 '특정 질환의 진단 확정'을 요건으로 삼지 않았고, '질병으로 인한 통원 치료'라는 보험사고에 있어 '질병'의 진단 기준에 관해 그 약관에 아무런 정함이 없는 점』 등입니다.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1)이란 일반적으로 여자아이 8세 미만, 남자 아이 9세 미만의 나이에 유방 발달, 음모 발달, 고환 크기 증가 등과 같은 사춘기 현상(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성조숙증 진료를 받은 어린이가 2008년에 1만 4,751명, 2017년에는 9만 5,524명으로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고칼로리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 인터넷의 과다한 정보로 인한 정신적인 성숙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돼 성장호르몬이 동시에 작용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단기간 내에 성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크니까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호르몬이 뼈가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들기 때문에 아이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의 치료는 생식샘 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GnRHa)를 4주 또는 3개월 간격으로 피하 또는 근육 주사합니다. 치료의 목표는 치료 후 2차 성징(사춘기 진행)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호르몬의 농도를 낮춰 또래와 맞추고, 뼈 성장의 진행을 늦추어서 최종 성인 키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행동 장애(정신사회적인 문제)를 없애는 데 있습니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사춘기 진행에 따른 신장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뼈 나이 증가도 저지되며 2차 성징의 정지 또는 쇠퇴가 일어납니다. 치료가 효과적이면 혈중 성호르몬 농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치료가 계속되는 동안 성호르몬은 억제돼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면 사춘기가 다시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료 중 신장 증가 속도가 심하게 감소하거나 최종 성인 키의 증가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필요하면 성장호르몬을 함께 투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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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1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1일(재등록)

1) 성조숙증을 '사춘기 조숙' 또는 '조기(조발) 사춘기'라고도 부르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질병코드는 E30.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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