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경미한 교통사고 발생 후 심장 질환 사망해도 상해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전 중 경미한 교통사고를 내고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하더라도 외부적 요인으로 사망할 경우 받기로 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위지현 부장판사)는 앞 차량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 다음날 급성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사망한 김 모 씨의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2억 7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따른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초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하고, 민사분쟁의 인과관계는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법적 인과관계이고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약관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을 때'도 이런 의미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사고로 어떤 외상도 입지 않았으므로 상해를 입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약관에서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서 상해란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으로서 신체의 불완전성을 의미하며 외관상으로 신체에 상흔을 남기는 것에 한하지 않고 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 또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 역시 상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에게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할 만한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 내부 요인이 없는 반면, 비록 그 정도가 중하지 않다 하더라도 전방 충돌 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이나 스트레스 등 외부적 요인이 발생 내지 작용했고 이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며 「김 씨는 전방 충돌 사고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해 사망했다고 추단되기 때문에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는 2016년 10월 초 새벽 무렵 대구 서구에 있는 사거리 교차로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따라 진행하던 중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 중인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던 중 앞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뒤에서 그대로 들이받는 '전방 충돌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김 씨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앞 차량 운전자와 피해 상황을 확인하던 중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면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관상동맥 조영술과 스탠트 삽입술 등의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 다음날 급성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사망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저희 로피플닷컴 법률사무소가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사건의 판결이 아닙니다. 이 판결에 대한 해설과 법률 조언은 임용수 변호사의 주관적 견해임을 알려 드립니다.

급성 심근경색증(Acute myocardial infarction)은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던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혀 심장 근육이 죽어가는 질환입니다. 관상 동맥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게 하는 기능을 유지하게 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피떡이라고 불리는 혈전에 의해서 갑자기 막혀서 심장 근육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나는데, 발병하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30% 내지 50%가 사망하며,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주된 원인은 동맥경화증입니다. 관상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이를 둘러싸는 섬유성 막(fibrous cap)이 생깁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 섬유성 막이 갑작스럽게 파열되면 안쪽에 있던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로 노출되게 되고, 혈관으로 노출된 콜레스테롤의 주변에 혈액이 뭉쳐지면서 혈전(피떡)을 형성하며 이에 따라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심장 근육이 괴사하게 됩니다.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 2시간 이내에 열어줘야 심장 근육 손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로(피로의 누적)나 스트레스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피보험자에게 내재돼 있던 내부적 원인입니다. 스트레스(정신적 충격 등)로 피보험자에게 내재돼 있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악화된 것은 외래의 사고가 아닙니다. 대법원도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 급성 심근경색증을 원인으로 사망한 것은 피보험자의 질병이 갑자기 발현된 것이므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

하급심 판결 중에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병이 교통사고 전이냐 후이냐를 기준으로 교통사고 전에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현됐다면 질병으로 인한 것이고, 교통사고 후에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현됐다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사례가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때면 내 눈앞의 나무만 보고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판결의 경우 "김 씨가 운행 중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전방 충돌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직후 하차해 피해 상황을 살피던 중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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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7월 18일

1) 이 판결에 대해 디비손해보험이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2)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679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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