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스키장 머리 부상과 병원 오진으로 인한 간이식 장해 간 인과관계 인정 첫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스키장에서 머리 부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의 오진으로 A형 간염이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해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면 스키장에서 입은 머리 손상과 간이식 수술로 인한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보험사는 상해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 가입자(환자)였던 지 모 씨(男, 만46세)를 위해 직접 소송대리를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자세히 알려 드리고, 임용수 변호사가 개진했던 여러 항소이유 중 한 가지와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지 씨가 LIG손해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2006년 12월 및 2009년 1월. 지 씨는 보험기간 중 상해로 장해상태가 됐을 때 후유장해 보험금 등을 보장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후 지 씨는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머리 부분에 충격을 받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급성 A형 간염 진단을 받았고 A형 간염이 전격성 간염으로 이행, 불과 4일만에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되자 퇴원 뒤 LIG손해보험 측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LIG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오히려 지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엘아이지손해보험이 지 모 씨(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지 씨의 반소를 받아들여 "1억7205만 원을 지급하라"며 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스키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래 전격성 간염이 확진될 때까지 사이에, 지 씨가 두개골 절제 후의 경막하 혈종 제거술, 경막외 신경 차단술과 경막외 혈액 봉합술을 각 시술받은 사실, 2회의 수술을 받은 기간인 11일 중 6일을 금식했고 특히 두통이 심해져서 그 원인을 알기 위해 3일 동안의 금식 중 뇌척수 검사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지 씨가 기력을 잃었고 그로 인해 그 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 또한 전격성 간염이 확진될 때까지 사이에 두부에 나타난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 간독성 약물인 파모티딘, 솔레톤, 아섹 등이 지속적으로 지 씨에게 투여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지 씨가 A형 간염을 앓고 있을 당시 두부와 관련된 상해를 치료하기 위해 2회의 수술을 받고 그 수술 및 검사 과정에서 잦은 금식을 해서 기력을 잃었으며 아울러 간독성이 있는 약물을 투여 받았고 이런 사정에다가 지 씨가 이전에 간질환을 앓은 적은 없었던 점, A형 간염에 감염된 경우 고단백 식이 요법과 휴식을 통한 면역력 강화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A형 간염 감염자인 지 씨가 약 0.01% ~ 0.1% 정도만이 진행된다는 전격성 간염에 이르게 된 데는 두부와 관련된 상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결국 간이식이라는 후유장해는 스키장에서의 두부 손상과 직접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지 씨의 후유장해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지 씨에게 발생한 A형 간염에 의한 간이식 수술이 보험사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 씨의 보험금 등 청구의 반소를 배척하고 LIG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 씨의 소송대리인이있던 임용수 변호사는 "급성 A형 간염 자체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A형 간염에 선행하는 사고와 간이식 수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런 간이식 수술도 상해보험에서 담보하는 후유장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결은 LIG손해보험의 상고 포기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스키장에서 넘어져 머리 부분을 다친 사고로 머리 수술을 받고 전신 상태 및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치료하던 병원이 환자에게 발병한 간염 증세를 머리 부상의 후유증으로 오진하고 전격성 간염이 확진될 때까지 머리에 발생한 상해를 치료하기 위해 간독성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했으며, 마침내 급격하게 간세포의 괴사가 진행됨으로써 환자가 간성 혼수에 빠져 간이식 수술을 하게 됐다면, 간이식과 스키장에서의 머리 손상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판결입니다.


앞서 1심은 스키장 사고로 지 씨가 A형 간염에 감염됐다거나, A형 간염이 전격성 간염으로 악화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스키장 사고와 지 씨의 간이식 수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형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섭취하면서 경구를 통해 감염되고, 전격성 간염으로 이행되는 경우 병증 발현 후 8주일 이내에 급격하게 간세포 괴사가 진행돼 단기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특성 등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전격성 간염의 주된 원인은 A형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이라는 요소보다는 이에 대한 면역력 등 피보험자의 신체 내부적 상황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지 씨에게 발생한 간염이 약물에 의한 독성 간염이거나, 약품의 투약이 지 씨에게 발생한 간 손상에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할 수 없고, 가사 지 씨에게 발생한 급성 A형 간염의 악화에 약품의 투약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 같은 악영향은 약관상 피보험자의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로 발생한 손해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 씨의 소송대리인이었던 임용수 변호사는 여러 이유 중 하나 다음과 같은 항소이유(여러 항소이유 중 하나)를 구성했고, 2심인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판결은 ① 스키장에서의 두부 외상 및 이로 인한 뇌경막하 혈종 제거술이라는 '선행하는 상해 사고'가 있었던 이상 이러한 선행하는 상해 사고의 치료 과정에서 (독성간염 진단이 맞거나 기타 다른 원인일 경우) 충분한 영양 공급과 휴식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간독성 약물을 복용하거나 또는 ② (A형 간염 진단이 맞을 경우) A형 간염의 진단이 지체되고 A형 간염의 악화 요인인 충분한 영양 공급과 휴식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간독성 약물을 복용했던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전격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수술까지 했다면, 전격성 간염은 외상(外傷)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계속 투여된 약제나 오진(의료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자인 LIG손해보험 측에서 상해의 결과가 순수하게 피보험자의 특이 체질 등 치료 과정 이외의 사유 내지 「피보험자의 질병」을 원인으로 발생한 손해(면책사유)임을 입증해야 하는데도, 1심판결은 대법원 2001다27579 판결을 인용한 후 상해 사고와 면책사유를 혼동한 나머지, 면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험 가입자인 지 씨에게 부담시킴으로써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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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2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9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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