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태아심박동 감시 소홀 등의 과실로 유발된 뇌손상 신생아에 장해급여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의료진의 태아 심박동 감시 소홀과 분만 지연 등의 과실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유발돼 장해 상태가 된 신생아에게 보험사는 재해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최용호 판사는 조 모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조 씨의 부모에게 6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분만 중 태아 하강 정착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분만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던 중 태아의 심장박동은 비정상적으로 감소됐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E산부인과는 태아 심박동 감시 소홀과 방만한 의료행위로 인한 과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만을 계속함에 따라 결국 태아가 신생아 가사 상태로 출생하게 됐던 것이고, 출생 직후에도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저산소성 뇌손상이 가중됐던 것이며, 출생 당시의 뇌손상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조 씨의 어머니는 2013년 9월 E산부인과에 내원, 임신 39주 5일 진단을 받았고, 조 씨는 그날 오후 4시 34분쯤 출생했습니다. 조 씨는 출생 직후 울음이 없고 근긴장도는 완전히 축 늘어져 있었으며, 심폐 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호전되지 않음에 따라 병원을 전전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습니다.


정상 임산부의 경우는 진통 1기에 최소 30분 간격으로, 진통 2기에 최소 15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을 확인하고,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는 진통 1기에 최소 15분간격으로, 진통 2기에 최소 5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을 검사해야 하는데 E산부인과는 그와 같은 심박동수 감시를 소홀히 했습니다. 또한 태아의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수 감소가 있는 경우 의료진은 산모를 옆으로 눕히고, 산소 공급이나, 자궁 수축 유도제를 중지하면서 태아 심장박동수의 변화를 밀착 감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E산부인과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조 씨는 출생 당일 오후 4시 34분경 1분 아프가점수 3점의 극심한 신생아 가사 상태로 출생했는데, 이 경우 즉각적인 심폐 소생술이 필요한 상태로 기관삽관과 앰브배깅 및 산소 투여, 심장마사지, 응급 약물 투여 등의 응급처치가 필요했으나 E산부인과의 진료기록상에는 심폐 소생술을 시행한 것 외에 아무런 응급처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조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고, 소송계속 중인 2015년 10월 직접사인 저산소성 뇌손상, 선행사인 뇌성마비로 사망하자 조 씨의 부모가 소송을 이어받아 진행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입니다. 재해 중에는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의 경우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면 약관상 보장 대상이 됩니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2)

신생아의 외모와 피부색(A, appearance, color), 맥박 횟수(P, pulse; 심장박동수), 반사흥분도(G, grimace; 자극에 대한 반응), 활동성(A, activity; 근육의 힘), 호흡수(R, respiration) 등의 다섯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아프가 점수(APGAR score)를 채점해서 출생 직후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데, 8점 내지 10점이면 적상적인 적응 상태입니다. 점수가 많을수록 건강이 양호하고(7점 내지 10점), 6점 이하를 신생아 가사라고 정합니다. 아프가 점수는 출생 1분과 5분에 각각 측정하는데, 1분 아프가점수는 가사의 유무 판정과 응급소생술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5분 아프가점수는 예후 판정으로 사망 및 신경학적 장애의 가능성을 판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런 기준에 의할 때, 조 씨는 출생 직후 1분 아프가점수가 3점의 극심한 가사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생 직후 신생아 가사로 생각되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이후 무호흡 증세를 보이면 증상의 경중에 따라 소생술을 시행하거나 적절한 산소 공급, 인공호흡, 약물 치료 등으로 호흡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산소포화도 모니터링과 같은 지속적인 주의·관찰이 필요합니다.

신생아의 저산소증은 신생아의 호흡곤란으로 체내 산소 분압이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임신 중 감염, 황달, 출산 시의 산소결핍,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이번 사안처럼 출산 시의 산소결핍에 의해 저산소증이 발생한 경우라면 조속한 분만 및 즉각적인 산소 공급으로 이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저산소성 뇌손상의 경우 산소 공급 중단에 따라 신경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고 결국 세포사에 이를 수 있으며, 신생아 사망률을 높이고 생존자 중에서도 뇌성마비, 정신지체, 학습장애 및 간질 등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E산부인과 의료진은 분만 당일 태아심박동 그래프에서 지속적인 태아 심박동 감소가 확인됐는데도 심박동수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고 산소 공급 등과 같은 응급처치도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에게 분만 과정상의 처치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이는 생명보험 약관 재해분류표상의 재해 분류항목 중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에 해당합니다. 수긍할 수 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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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6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9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4. 18. 선고 2015가단5305248 판결.
2) 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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