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아침 출근길에 영산강 물에 빠져 익사, 사망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아침 출근길에 음주의 영향으로 실족하거나 다리에서 떨어져 출근길 주변의 하천 또는 강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전해 드린 글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도 제공합니다.

김 모 씨1)는 사망하기 수개 월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신용카드 채무 등으로 변호사에게 개인파산 신청을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실종 전날 저녁에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3차에 걸쳐 술을 마셨는데, 당시 식사와 술자리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와 다름없이 웃고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고 신변을 비관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며,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해 잠이 들었습니다.

​관광버스 운전사였던 김 씨는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5시 40분쯤 복장을 갖추고 집을 나서 관광버스가 주차된 차고지까지 걸어서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귀가하지 않았고 1주일 뒤인 2015년 11월 초 오전에 나주대교 인근 영산강에서 물에 빠진 상태에 사채로 발견됐습니다. 

김 씨의 집에서 차고지까지 이르는 출근 경로에는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나주천이 인접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파악된 김 씨의 최종 위치는 출근 경로상의 나주천변이었습니다. 김 씨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 사고 종류를 불의의 익사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이후 유족(어머니)이 김 씨가 2014년 7월 롯데손해보험에 보험을 들어놓은 것을 근거로 롯데손해보험에 상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요구했지만 롯데손해보험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사망원인은 실족으로 인한 익사라는 유족 측 주장과 달리 보험사 측은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우연한 사고가 아닌 고의 사고"라며 맞섰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박은영 판사는 A 씨의 사망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사고가 아닌 실족으로 인한 익사라고 봤습니다.2)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나주대교 인근의 영산강변에서 물에 빠진 상태의 사체로 발견된 점, △사체를 검안한 의사가 직접 사인이 심폐정지라는 소견을 밝힌 점, △갑작스런 사망 원인이 될 만한 질병의 기왕력은 없었던 점, △외양쪽의 폐가 모두 팽창돼 있고, 폐 조직에서 다수 다량의 플랑크톤이 발견됐으며, 간·신장·심장 등 다른 장기조직에서도 플랑크톤이 검출됐는데, 이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공기 대신 물을 기도로 흡입해 질식 사망한 시신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판사는 또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볼 때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응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고, 보험사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가 사망하기 몇 개월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신용카드 채무 등으로 파산신청을 의뢰하기도 했지만 그런 정도의 신변 정황만으로 자살을 선택할 충분한 동기나 원인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김 씨와 사고 전날 술자리를 가진 친구들은 그 당시 일상적인 이야기와 농담을 나누는 즐거운 분위기였고 김 씨가 신변을 비관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며, 김 씨의 성격상 자살은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김 씨가 출근길에 갑자기 자살을 결심했다거나, 신발을 신고 핸드폰·지갑 등을 그대로 소지한 상태로 물로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가 자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보험사고의 요건 중 사고의 '우연성'에 대해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입증책임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보험금 청구자가 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단 증명하면 우연성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부연하면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외형적, 유형적인 사고의 특성 그 자체로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단 증명하면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고, 보험회사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의 판결 중에는 평소 베란다에서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던 습관이 있던 피보험자가 베란다 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담배를 피울 경우 균형을 잃고 추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추락 장소 근처에서 평소 피우던 담배와 같은 종류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면, 피보험자의 사망은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우연성도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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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0일(재등록)

1)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14. 선고 2016가단509312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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