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신장 질환 의심 알리지 않았어도 보험계약 무효 또는 고지의무 위반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신장 질환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신장 질환이 의심된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단독] 소식으로 전한 판결 내용을 알리고, 진진한 해설이나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황 모 씨는 2013년 4월 한화손해보험에 '질병후유장해시 3000만 원, 질병 50% 이상 후유장해시 2000만 원'을 담보하는 내용의 질병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에 가입하기 전 황 씨는 3번에 걸쳐 건강검진을 받았고, 신장 질환과 관련해 각각 '신장질환 상담 또는 병원 진료를 요한다'거나 '신장 질환 의심(추적 검사,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이라는 검진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재검사를 받을 것을 통보받지는 않았다.

황 씨는 2013년 5월 신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혈액 투석 또는 복막 투석 등의 치료가 평생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진단을 받은 뒤 약관에서 정한 질병 후유장해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황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말기신부전으로 확진을 받은 것은 비록 보험계약 체결 후이지만, 그 질병은 보험기간 개시 전에 이미 발병했으므로 보험기간 중 발생한 보험사고가 아니고, 또 황 씨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 '신장질환으로서 병원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았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보험계약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돼야 한다」는 것이 한화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거절 이유였다. 

창원지법 민사3부(재판장 정진원 부장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만성신부전 환자인 황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한화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기간 개시 전 사고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는 "신장 이식 또는 평생 혈액 투석이 필요한 단계(이른바 '5단계')에 이른 것을 말하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신장 질환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 정도만으로는 이미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황 씨는 보험계약 당시 직업군인(상사)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매년 실시되는 체력검정 평가에 합격해 왔고 달리 건강상의 이유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한 일은 없었고, 보험계약 체결 전에 신장 질환이나 비뇨기과 질환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사실이 없었으며, 만성 콩팥병의 진행은 원인 질환, 동반된 신장 기능 악화 인자에 따라 개개인 별로 다양해 진단 일자만으로는 발병 시점을 추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춰 보면, 보험사고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건강검진 결과 신장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황 씨에게 통지된 사실은 있으나, 그 건강검진 결과가 신장 질환을 확정적으로 진단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황 씨가 건강검진 결과 후 신장 또는 비뇨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력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건강검진 결과만으로는 이를 보험계약 체결 시에 보험회사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황 씨가 중요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한화손해보험은 황 씨에게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 425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한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신장은 우리말로 콩팥이라고도 불리며 좌우 양쪽에 하나씩 있다. 이것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을 배출시키고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거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보험 약관에서는 중대한 질병 중의 하나로 말기신부전증(End Stage Renal Disease)을 들고 있으며, '말기신부전증'을 「양쪽 신장 모두가 만성적으로 비가역적인 기능 부전을 보이는 말기 신질환으로서, 보존 요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현재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을 받고 있거나 받는 경우를 말하며, 일시적으로 투석 치료를 필요로 하는 신부전증은 제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신부전(renal failure, kidney failure, 腎不全)은 신기능 부전이라고도 하는데, 신장의 기능에 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이 제기능을 못하는 상태이고, 신장 사구체에서 소변이 여과되는 속도(사구체 여과율, 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가 떨어진다. 이는 혈중 크레아티닌의 농도(Cr: Creatinine) 상승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성 신부전(chronic kidney failure)은 만성 콩팥병이라고도 부르며, 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을 말한다. 3개월 동안 사구체 여과율이 60ml/분 미만인 모든 사람은 만성 신부전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만성 신부전은 신장의 손상 정도와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아래의 5단계로 분류되고, 잘 관리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로까지 악화돼 결국은 투석이나 신장 이식과 같은 신장 대체 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 만성 콩팥병 1단계 : 신장 기능 검사상 정상 혹은 소변 검사상 이상(증가한 사구체 여과율: 90ml/분 초과)이 관찰된다.

○ 만성 콩팥병 2단계 : 신장 기능이 정상의 60~89%로 약간의 기능 감소(약간 감소한 사구체 여과율: 60~89ml/분)가 관찰된다. 1~2단계에서는 신장 기능 저하의 원인(당뇨, 고혈압, 신장염 등)을 찾아 치료하고, 신장 기능 저하의 진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 만성 콩팥병 3단계 : 정상 신장에 비해 신장 기능이 30~59%로 감소(중등도의 사구체 여과율 감소: 30~59ml/분)된다. 

○ 만성 콩팥병 4단계 : 정상 신장에 비해 신장 기능이 15~29%로 감소(심한 사구체 여과율 감소: 15~29ml/분)된다. 

○ 만성 콩팥병 5단계 : 정상 신장에 비해 신장 기능이 15%이하로 심하게 감소(사구체 여과율 15ml 미만으로 감소)된다. 콩팥 이식(renal transplantation), 혈액 투석(hemodialysis)이나 복막 투석(peritoneal dialysis) 등과 같은 신장의 기능을 대체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말기 신부전은 만성 신부전 상태 가운데 특히 신장 기능이 15% 이하로서 신장 기능이 심하게 나쁜 상태를 의미하고, 만성 신부전의 마지막 단계(만성 콩팥병 5단계)라는 의미로 말기 신부전이라고 한다.

상법 제644조 본문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불확정한 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보험계약의 성질상 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불발생이 객관적으로 확정됨으로써 보험계약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경우 보험계약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당연한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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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0일(재등록)

1) 창원지방법원 2015. 10. 28. 선고 2015나53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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