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심장질환 60대 낚시 중 바다에 추락, 익사 증거 없다면 보험금 안 줘도 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평소 심장질환을 앓아오던 사람이 바다에서 선상 낚시를 하다 숨졌더라도 익사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립니다.

일단 추락에 의한 사망 사고에 해당하더라도 다시 익사임을 입증하지 못하다면 피보험자의 고의 유무와 상관 없이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여서 항소심에서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박 모 씨(63세)의 유족들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박 씨는 2016년 10월 전남 함평군의 한 선착장에서 0.7톤 급의 어선을 혼자 운전해 800m 정도 떨어진 동생 소유의 바지선에 도착했습니다. 박 씨는 동생의 바지선과 자신이 몰고 온 어선을 줄로 연결해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된 뒤 다음달 1일 바지선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530m 떨어진 안악해변 모래사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조사 결과 "박 씨가 탑승한 어선에서 박 씨의 모자와 낚시용 미끼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선상낚시를 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상에 추락한 뒤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사 종결했습니다. ​사체를 검안안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뿐 아니라 검시조서에도 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됐고,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부검은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박 씨의 유족들(부인과 자녀 2명)은 박 씨와 상해보험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 7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급 거절을 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박 씨는 2015년 3월 심장병으로 입원해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후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 등을 받아왔고, 사고가 발생하기 약 한달 전에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박 씨가 가입한 보험의 상해사망 특별약관에는 '보험기간 중에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이 판사는 「사체를 검안한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망인의 직접사인은 '미상'으로 기재돼 있다」며 「박 씨가 익사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 씨는 선박 운전에 능숙한 사람으로 보이고 사고 당일 특별히 기상이 안 좋았다는 기록도 없으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실족해 사망에까지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박 씨가 바다에 익사했더라도 반드시 박 씨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바다에 추락해 바로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씨가 평소 앓아오던 심장질환이 원인이 돼 바다로 추락했거나 실수로 바다에 추락한 후 심장질환 때문에 급사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며 「박 씨가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망했음을 전제로 하는 유족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건의 경우 유족 측의 청구 금액(소송물가액)이 1억 7000만 원의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변호사의 도움 없이 소송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청구원인을 '익사'로 구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보험금 청구권자가 직접 소송 수행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유족(보험 가입자) 측에서는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보험회사 측에서는 피보험자의 '사망'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각각 승패가 갈릴 것 같습니다.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한 다음 보험 소송의 법리적인 측면에서 잘 접근해야 합니다. 유족 측이 항소 및 상고를 제기했으나 각각 기각됐습니다.2) 유족 측이 항소심 이후부터는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군요. 유족 측에서 해 볼 만한 사건이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항소심(2심) 법원은 "박 씨의 치료 내용 등을 고려하면, 평소 앓아오던 심장질환이 원인이 돼 바다로 추락했거나, 실수로 바다에 추락한 후 심장질환이 원인이 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박 씨가 약관에서 정한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고, 이에 대해 유족 측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춰볼 때, 설령 박 씨가 갑자기 발생한 심장질환으로 바다에 추락했다고 하더라도 박 씨가 바닷물 속에 추락하지 않았다면 사망 혹은 익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바닷물 속으로 추락해 사망했다는 점에서 박 씨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박 씨가 바닷물 속에 빠졌거나 익사했다는 외부적 요인일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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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2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8일(재등록)
  • 2차 수정일 : 2024년 2월 25일(글추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94022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31. 선고 2018나9080 판결(항소기각) 및 대법원 2019. 6. 19. 선고 2019다222485 판결(심리불속행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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