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GOP 경계 근무 중 극단적 선택한 군인, 재해사망 특약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해당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최전방 감시 초소인 GOP 경계 근무 중 선임병의 폭언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인의 유족에게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군인 김 모 씨의 부모가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1)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는 면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에 해당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됐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돼야만 한다」며 「연대장이 순찰을 올 것이라는 통보가 병사의 입장에서 경계 근무에 관한 긴장의 정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병사로 하여금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게 하고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사유였다고 볼 만한 사정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씨는 입대 전이나 이후에도 정신질환과 관련해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은 자료가 없다」며 「김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의 재해사망 특약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2년 7월 육군에 입대한 김 씨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 있는 GOP에서 근무하다 2013년 3월 머리 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김 씨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김 씨의 부모는 2015년 3월 "아들이 선임병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왔고 사망 당일 연대장 순찰을 앞두고 철책 근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유로운 의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동양생명보험은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려면 우발적인 외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여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에 김 씨의 부모는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앞서 1심은 "동양생명보험은 김 씨의 부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2)

1심은 "김 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GOP 경계근무를 수행하면서 간부 및 선임병들로부터 22회에 걸쳐 질책과 폭언, 욕설, 강요행위를 당했다"며 "김 씨의 사망은 선임병들의 욕설 등 외래의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해한 것으로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씨가 '대변을 보고 오겠다'며 산비탈로 이동했고, 실탄 1발을 발사하고 1~2분 후에 재차 1발을 더 쏘아 사망한 점에 비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사망한 것이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동양생명보험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씨가 근무 장소에서 산비탈로 이동한 것은 평소의 지속적 심리 위축 상태에서 연대장 순찰이라는 더욱 긴장되는 근무 일정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면서, 방해받지 않고 자해할 수 있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의 연장선상 속에서 한 일련의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한다.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자·살은 원칙적으로 재해 혹은 우발적인 사고는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외래의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돼 사망의 결과에 이르게 된 경우는 그것이 자·살의 외형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자·살의 경우와 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군대에서의 자·살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고려해서인지 가혹행위, 구타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일반인의 경우보다는 재해를 인정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이번 판결의 경우는 그런 점을 고려하는 데 있어 조금 인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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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9월 2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4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25. 선고 2016나85257 판결.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종결됐다(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다261165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3. 선고 2015가단506459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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