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술에 취해 건식 사우나 이용 중 잠자다 사망, 상해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술에 취한 상태에서 건식 사우나에 들어갔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자세로 사망한 경우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건식 사우나를 하던 중 숨진 상태로 발견된 박 모 씨의 유족이 흥국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보험사는 1억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던 박 씨는 2015년 7월 오후 8시쯤 음주 상태에서 울산의 한 사우나 남탕에 들어간 뒤 약 2시 25분이 지났을 때 다른 사우나 이용객에 의해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그 당시 박 씨의 얼굴, 이마, 몸통, 팔, 다리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습니다. 박 씨의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박 씨의 피부가 벗겨진 것은 사후 온열 손상에 의한 것이고, 혈액검사와 심장질환의 병력이 있다는 유족 진술에 따라 심혈 관계 질환에 의한 급성 심장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고,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어 내사종결 처리했습니다. 

유족이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흥국화재는 변사체로 발견된 박 씨에게 별다른 외상이 없으므로 상해사고로 볼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맞서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가 사망한 날 자신의 누나에게 전화해 횡설수설할 정도로 이미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였고, 음주 후 한증막과 같은 고온의 환경에 장시간 방치될 경우 혈관의 과도한 확장으로 저혈압, 부정맥의 위험성 및 그로 인한 급사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도 급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박 씨의 사망은 주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박 씨의 말초정맥혈액을 이용한 트로포닌 반응검사 결과 약양성으로 나왔는데, 이것은 혈액 속에 손상받은 심근세포에서 분비되는 트로포닌이 있었다는 것을 뜻하며 그 정도가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어서 이를 사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박 씨의 시신을 검안한 의사가 사망 원인을 심혈 관계 질환에 의한 급성 심장사로 추정한다는 소견을 보였지만, 가사 박 씨의 사망에 심혈 관계 질환이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박 씨가 주취 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사우나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1심도 「박 씨는 외부적인 요인의 개입 없이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으로 사망했다기보다는 술에 취해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한증막 내부의 고온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돼 야기된 저혈압 또는 부정맥 등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에 이르렀다고 추단된다」는 이유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2008년 4월 이전 하급심 판결들은 피보험자가 목욕탕 안에서 사망한 경우 사망 원인이 익사, 낙상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경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해사망에 해당함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음주 후 찜질방에서 사우나 이용 중 사망한 사고를 우발적인 외래의 보험사고로 인정한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이 나온 시점 이후로는 목욕탕 사우나 또는 찜질방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많은 판례들이 피보험자가 ① 음주 상태(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 ② 고온의 목욕탕 사우나 또는 찔질방(불가마실) 안에 있었다는 사실, ③ 잠을 잤다는 사실 등 3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사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더라도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서 1심 판결은 피보험자인 박 씨가 '사우나 남탕에 입장한 뒤 약 2시간 25분 뒤 건식 사우나 내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비춰 간접적으로 '고온의 환경에 장시간 방치된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으나, 이번 2심(항소심) 판결은 '고치는 부분'을 추가해 「가사 망인의 사망에 심혈 관계 질환이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망인이 주취 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사우나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판시해 가정적으로나마 잠을 잤다는 취지의 사실을 포함시켜 3가지 요건 중 ③의 요건이 충족된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흥국화재의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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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0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나1279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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