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비록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더라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면 이는 질병사망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질병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직접 전하고 의견을 덧붙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질병사망보장 약관이 정하는 보험사고란 면책약관에 의해 상해보험으로 담보되지 않는 피보험자의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 사망 등에 이르는 경우를 의미하고, 그 밖의 외래적 요인으로 신체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그 결과로 사망에 이르러 상해사망 약관의 적용 대상이 될 여지가 있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채 씨는 우울증 자체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신체에 대한 외부적인 행위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으므로 비록 채 씨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더라도 질병사망보장 약관이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질병사망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채 씨의 사망을 질병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해보험 및 질병보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 보험의 면책약관은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을 피보험자의 고의나 피보험자의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면책사유를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돼 사망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그 중대된 위험이 현실화돼 발생한 손해는 보험 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험에서 인수하는 위험은 보험상품에 따라 달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런 면책사유를 규정한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만일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에 의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면책사유에 의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제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이 보험의 면책약관 중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손해' 부분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이유로 메리츠화재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 판결에는 약관의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채 씨의 어머니는 2009년 5월 메리츠화재와 사이에 자신의 딸을 피보험자로 하고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상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되, 피보험자의 고의, 피보험자의 자해, 자살 등, 피보험자의 질병,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채 씨는 2012년 6월경부터 재학 중인 대학교 내에서 심리상담을 받아오다가 그 해 10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그 사이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하는 방법으로 2번에 걸쳐 자살 시도를 했으며, 2013년 10월 소주와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한 뒤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의로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다면 면책약관 중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피보험자의 자살'에 해당합니다. 반면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신체에 대한 외부적인 행위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므로 상해사망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질병사망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의 일관된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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