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태국 호텔 야외수영장서 익사체로 발견됐다면 우발적 외래 사고, 사망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태국 여행 중 호텔 내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물에 빠진 사체로 발견됐다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단독] 보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단독 이지현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태국 여행 중 한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사망한 이 모 씨1)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상해사망 담보에 의한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2)

이지현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씨의 키는 149cm인 반면, 야외 수영장의 깊은 곳은 수심이 180cm에 이르고, 이 씨가 발견된 장소도 수심 180cm 지점이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태국 병원에서의 진료기록 등에 기도 내 포말, 실질 장기에서의 플랑크톤 검출, 위장에서의 익수 소견 등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익사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호텔 내 야외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익수로 사망에 이르게 됐으므로, 이 씨는 질병이나 체질적 소인 등의 원인이 아니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손해보험의 상해사망 후유장해 담보 특별약관에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가입했던 이 씨는 지난해 4월 배우자와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간 후 한 호텔 내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익사체로 발견됐다. 


이에 이 씨의 아들이었던 유족이 상해사망 보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롯데손해보험은 상해사망 후유장해 담보에서 보상하는 손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다음 이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에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우발적 익사(물에 빠져 죽음) 및 익수(물에 빠짐) 중 수영장과 관련된 익사 및 익수에는 '수영장 안에 있는 동안의 익사 및 익수'와 '수영장으로 떨어진 후의 익사 및 익수'가 있다. 이 판결은 수영장 안에 있는 동안의 익사를 보험사고로 판단한 사례다. 

익사란 기도 안에 공기 대신에 액체가 흡인돼 일어나는 질식사를 말한다. 수영장에서 사체로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가 익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익사의 경우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과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호흡을 정지하고 물을 빨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혈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호흡 곤란과 경련, 의식 소실이 일어나고 폐로 물이 들어가게 된다. 약 1분이 지나면서 숨을 강하게 내쉬는 운동(강한 호기운동)으로 코와 입에서 흰 거품을 내며 물은 기도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되고 호흡이 정지된다. 

익사 직후의 사체에서는 콧구멍과 입으로부터의 미세한 흰색 물거품(백색포말)의 누출, 가슴의 확대 및 팽대 등이 특징적이며, 내부소견에서는 익사폐(팽대), 물의 기도 내 흡인과 위 및 십이지장으로의 연하(嚥下) 등이 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양어장 물속에 들어가 탄산칼슘을 뿌리던 중 뒤로 넘어지면서 물에 빠졌고, 1시간 30분 정도 지난 후 119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지만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로 사망했던 사건에서 '익수'라는 외부적 요인이 사망을 초래했는지가 문제됐던 적이 있다. 사망진단서에 '직접 사인은 익수, 직접사인의 원인은 심장마비 추정'으로 기재돼 있었던 사안인데, 담당 판사는 익수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코와 입, 기도나 기관지에 점액성 거품, 진흙, 모래 등의 이물질 등이 흔히 발견될 수 있으나, 사인 소견서에는 그런 언급이 없고 입속에 소량의 흙탕물이 있었으나 기관 내 흡인 시 많은 양의 물은 흡인되지 않았다고 기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피보험자의 사망은 물에 빠졌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고, 심장마비가 중대하고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3) 

2023년 12월 선고된 판결 중에는 제주시 외도이동에 있는 사우나 내 노천탕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피보험자가 즉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2일 뒤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에서 피보험자에 대해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검안의가 사망원인을 미상으로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의 사인을 익사로 인정하고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해당 법원은 "피보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경찰에서 '피보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할 당시 입에서 물과 거품이 계속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그 진술이 허위였다고 볼 만한 어떠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익사를 피보험자의 사인 중 하나라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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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11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9일(재등록)
  • 최종 수정일 : 2024년 5월 6일(글 추가)

1)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한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15. 선고 2016가단5263020 판결.
3)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18일
4) 제주지방법원 2023. 12. 21. 선고 2022가단50221(본소), 2023가단56271(반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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