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음주로 인한 구토 후 질식사 추정 가능성 크다면 우연한 외래 사고 보험금 줘야

화장실 용변 칸에서 구토

글 : 임용수 변호사


사망 원인이 음주 후 구토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변호사와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해주세요.

신 모 씨1)는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었는데 사망 전 날 밤 오후 9시쯤 노래방에서 친구와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3잔 가량 마셨습니다. 친구에 의해 화장실 용변 칸에서 구토하려는 모습이 목격됐고 그 당시 친구에게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신 씨는 약 50분 뒤인 밤 9시 50분 연인과 전화 통화를 할 때 '술을 먹어 힘들다', '잠시 술이 깨면 전화를 하겠다'고 말하는 등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고,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다 다음날 오전 8시 30분경 친구에 의해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변사체로 발견될 당시 신 씨의 입 주변 및 입고 있던 상의, 차량 바닥에 토사물이 흘러내려져 있었습니다.

​신 씨는 사고 당시 만 41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고, 평소에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를 만한 질병 내지 체질적인 소인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신 씨가 사망하자 유족(단독 상속인)은 현대해상에 사망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신 씨가 체질적 소인으로 사망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다음 유족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구토에 의한 질식사

​대구고법 민사1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현대해상이 노래방에서 맥주 3잔 가량을 마신 뒤 자동차 안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된 신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2)

재판부는 먼저 신 씨가 체질적 소인으로 사망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에 대해 「만일 신 씨가 알코올에 의한 급성중독으로 사망한 경우라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체질적 소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 씨는 알코올에 의한 급성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보다는 구토로 질식사 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신 씨가 술을 마신 후 이로 인해 구토를 하다가 질식했다고 봐야 하므로 신 씨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 씨의 알코올에 대한 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과민 반응을 보이는 체질적 소인 및 신 씨의 간질환 등 기왕증이 망인의 사망에 기여했으므로 보험 약관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은 그런 기여도에 따라 70% 이상 감액돼야 한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 씨에게 뇌혈관 질환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질병이나 진료 내역이 없고,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체질로 상해를 입었다거나 질병이 있었다는 내역은 없으며, 과거에 지방간, 상세불명의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런 기왕증이 신 씨의 사망원인(구토에 의한 질식사)에 기여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1심도 현대해상의 청구를 기각하고 유족의 반소를 받아들여 '현대해상은 유족에게 1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구토에 의한 질식사(추정)'로 이유를 구성한 이 판결(2심)과는 달리 1심은 「신 씨가 평균인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알코올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체질을 가졌다고 해도, 그런 체질이 사망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고, 사망 당일 신체 상황에 비춰 '과다한 양의 음주를 한 것'이 사망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맥주 3잔 정도를 마시고 술에 취하는 사람은 1심 판시 이유와 같이 평균인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알코올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체질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2심 재판부는 상해의 원인이 아닌 사망의 원인에, 체질적 요인보다는 술에 취했다는 사실이나 사망 사실에 각각 주안점을 두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사안은 질식사의 종류 중에서 『이물로 인한 기도 폐색 질식사(기도 막힘 질식사, Choking)』에 관한 것입니다. 질식사의 대표적인 3대 징후(소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점상 출혈(일혈점) 발생 :  피부, 결막, 점막 밑, 장막 밑 등에 점상 출혈이 생깁니다. 

(2) 암적색 유동혈 : 혈액이 응고되지 않으면서 유동성(liquid)으로 되고, 혈액의 색깔이 암적색(dark red)을 띠게 됩니다.

(3) 내장의 울혈3) : 뇌, 폐, 우심방, 간, 신장 등에 많은 피가 모여 있습니다.

이 대표적인 3가지 소견은 질식에 특이한 소견이 아니며 다른 원인으로 급사한 때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질식사의 경우는 다른 원인에 의한 급사 때보다도 이들 징후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며, 대부분의 사례에서 동반될 수 있습니다. 

판례4) 중에는 피보험자가 자택 거실에서 닭발을 안주 삼아 소주 6홉 가량을 배우자와 나눠 마신 뒤 안방에서 잠을 자던 중 입술이 파랗고 손발이 차가운 증세로 119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 전문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고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 즉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1심 법원은 물론 2심 법원과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피보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하는 과정 및 병원에서 기도 삽관을 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입안에서 닭발 등의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사인이 질식으로 인한 것임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부검을 통해 기도와 기관지에 이물질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런 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사정 등에 비춰 볼 때 피보험자가 기도폐색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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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12월 18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7월 16일(재등록)

1)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대구고등법원 2017. 7. 21. 선고 2016나24179 (본소), 2016나24186(반소) 판결.
3) 울혈(鬱血)이란 '몸 안의 장기나 조직에 정맥의 피가 몰려 있는 증상'을 말합니다(네이버 어학사전 참조).
4)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14. 4. 23. 선고 2013가합20225 판결(1심), 대전고등법원 2015. 10. 7. 선고 2014나11329 판결(2심),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42863 판결(3심) 참조.
5)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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