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계약 해지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절했어도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주장 허용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어도 이후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타인에게도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험료 납입을 최고하지 않고 보험계약자에 대해 보험료 납입최고 및 해지 통지를 한 것만으로는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할 수 없으나, 피보험자의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푸르덴셜생명은 2002년 4월 B씨에게 종신보험상품을 판매했습니다. 보험수익자는 B씨의 아내 조 모 씨였습니다. 그런데 2004년 11월 이후 B씨가 실종되면서 B씨 명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던 보험료가 2006년 9월부터 납입되지 않았습니다. 푸르덴셜생명은 B씨에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했지만, 보험료는 납부되지 않았고,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2011년 8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B씨에 대한 실종선고가 내려져 2011년 9월 무렵 그대로 확정됐고, 조 씨는 같은해 11월 푸르덴셜생명에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푸르덴셜생명은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해지(실효)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조 씨는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해약환급금을 신청해 푸르덴셜생명으로부터 230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 씨는 이후 다시 "남편에게만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했을 뿐, 보험수익자인 조 씨에게는 보험료를 내라고 최고한 적이 없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지 않았다"며 남편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고 푸르덴셜생명에게 요구했고, 푸르덴셜생명은 2014년 7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조 씨도 이에 맞서 그해 12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푸르덴셜생명이 조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의 해지(실효) 여부와 관련해서 1심과 마찬가지로 「푸르덴셜생명은 보험계약자인 B씨에 대한 보험료 납입최고 및 해지 통지만을 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해약환급금 지급 증명서에 보험계약이 실효해약 상태로 기재돼 있고 보험료의 최종 납입 연월이 2006년 8월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조 씨 스스로 해약환급금을 신청해 환급금을 수령한 사실 등에 비춰 보면, 푸르덴셜생명이 조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유를 설명하지 않아 조 씨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 씨가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당하면서 그 거절 사유 즉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해지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해약환급금 지급을 신청했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고 일반인의 상식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 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시효중단 조치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으므로, 푸르덴셜생명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푸르덴셜생명이 보험수익자인 조 씨에게 따로 보험료를 내라고 통보하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수 없는데도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며 "조 씨가 소멸시효 완성 전 적법하게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했는데도 이를 거절한 뒤 푸르덴셜생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다음 조 씨의 반소를 받아들여 푸르덴셜생명이 조 씨에게 3억 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특정한 타인을 위한 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지급을 지체한 때는 보험사는 보험계약뿐 아니라 그 타인에게도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험료의 지급을 최고(납입최고)한 후가 아니면 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지 못합니다.2) 보험사들은 같은 취지에서 약관에 "제2회 이후의 보험료가 납입기일까지 납입되지 않아 보험료 납입이 연체 중인 경우 회사는 계약자(타인을 위한 보험의 경우 특정된 수익자 포함)에게 납입최고기간 안에 연체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는 내용과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은 경우 납입최고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날부터 계약이 해지됨을 납입최고기간이 끝나기 15일 이전까지 서면 또는 전화(음성녹음)으로 알려 드립니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푸르덴셜생명이 보험계약자인 B씨에게만 보험료 납입최고 및 해지 통지를 하고 특정된 수익자였던 조 씨에게는 보험료 납입최고 및 해지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편 피보험자가 바다 사고로 실종됐다면 보험수익자는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증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된 때(실종선고를 인용하거나 기각하는 심판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보험금청구권에 대한 귄리행사를 할 수 있게 되므로,3) B씨에 대한 실종선고 심판 확정일부터 사망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이번 판결은 푸르덴셜생명이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는 이유로 조 씨의 보험금지급 청구를 거절했다고 하더라도, 조 씨로서는 푸르덴셜생명의 보험계약 해지가 부적법함을 주장하며 보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시효중단 조치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고, 그 같은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 등을 하는 데 객관적 장애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푸르덴셜생명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시 내용을 보면 보험수익자(조 씨) 측이 패착을 둔 것 같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조 씨 측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을 주장·입증하려 시도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판단됩니다.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멸시효 완성 전(B씨에 대한 실종선고 심판 확정 이후 2개월만)에 보험금 청구가 있었던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소멸시효 중단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 씨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에 대한 푸르덴셜생명 측의 지급유예 조치나 적절한 회답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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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2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9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6. 7. 22. 선고 2015나2058325 판결.
2) 상법 제650조 제3항 참조.
3)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2622 판결 등 참조. 다만 수소법원은 민법상 실종선고제도와 위난실종선고제도에 의하지 않고도 사망 사실의 인정을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다카295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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