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지방도로 공사현장서 차량 감속을 위한 수신호 작업 중 화물차량에 깔린 사고는 교통재해


글 : 임용수 변호사


일용근로자가 지방도로 위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 타인이 운전하던 화물 차량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강 모 씨는 2003년 3월 무렵 농협과 피공제자를 강 씨의 아들, 보험수익자를 강 씨, 만기를 2049년 3월로 하는 재해보장공제보험을 체결했습니다. 

강 씨가 가입한 재해보장공제보험에는 농협이 피공제자의 사망 또는 1급 장해 시에 수익자에게 아래 "공제금 지급기준표"에서 정한 공제금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습니다.

제4항 공제기간 중  피공제자가 사망(재해외의 원인에 의한 제1급 장해 포함)했을 때 : 사망공제금
<별표1> 공제금 지급기준표
  -  교통재해로 인한 사망: 5,000만 원
  - 일반재해로 인한 사망: 2,500만 원
  - 교통재해 및 일반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 또는 1급장해시: 500만 원
<별표4> 교통재해분류표
1. 이 공제에서 "교통재해"라 함은  다음에 정하는 사고를 말합니다.
 가. 운행 중의 교통기관(이에 적재되어 있는 것을 포함합니다)의 충돌, 접촉, 화재, 폭발, 도구  등으로 인하여 그 운행 중의 교통기관에 탑승하고 있지 않은 피공제자가 입은 불의의 사고.
 나. 운행 중인 교통기관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또는 승객으로서 개찰구를 갖는 교통기관의 승강장 구내(개찰구의 안쪽을 말합니다)에 있는 동안 피공제자가 입은 불의의 사고.
2.  제1호의 "교통기관"이라 함은 본래 사람 또는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다음에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 승용차, 버스,  화물자동차, 오토바이, 스쿠터, 자전거, 화차, 경운기 및 우마차 등   
4. '제1호 가목 또는 나목에 해당하는  사고일지라도 공장, 토목작업장, 채석장, 탄광 또는 광산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피공제자의 그 교통기관으로 인한 직무상의  사고는 교통재해로 보지 않습니다.

G종합건설은 2015년 7월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한 지방도로 공사 현장에서 합천군으로부터 수급한 공사를 했습니다. 강 씨의 아들은 일용근로자로서 그 공사 현장 부근을 오가는 차량에 대해 공사에 따른 감속 조치 등 수신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7월 말 오후 5시쯤 공사 현장에서 타인이 운전하던 화물 차량에 깔려 숨졌습니다.


강 씨는 농협에 아들의 사망 사고가 재해보장공제보험 약관에서 정한 '교통재해'에 해당한다며 사망공제금 1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농협은 사고가 약관에서 정한 교통재해가 아니라 일반재해에 해당한다며 5천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강력 반발한 강 씨는 농협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농협은 "사고가 도로를 통제하고 작업을 했던 토목 작업장의 구내에서 발생했고 강 씨의 아들이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에 대한 감속 조치 등 수신호 업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공사 자재를 나르는 화물 차량과 직무상 관계가 있다"며 "강 씨 아들의 사망 사고는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고로서 교통재해가 아니라 일반재해에 해당한다"고 다퉜습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민사1단독 이지형 판사는 강 씨가 농협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농협은 강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고는 약관에서 보상 제외 사유로 정하고 있는 '공장, 토목작업장, 채석장, 탄광  또는 광산의 구내'가 아닌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는 도로 위에서 생긴 사고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사 현장에서는 강 씨의 아들이 도로를 오가거나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들에게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등 수신호를 해 가며 작업을 했을 뿐 차량의 오고 감을 막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하지는 않았으며, 이 사고는 작업 인부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대부분 철수한 상태에서 몇몇만 남아서 청소를 하거나 공구를 챙기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에 도로 위에서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약관 별표에서 정한 보상 제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교통재해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에서 교통재해사망보험금 면책사유를 규정한 취지는 공장이나 토목 작업장 등과 같은 사업장들이 일반도로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또 그 현장 내부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대해서는 일반도로를 통행하는 교통기관과 보험사고의 성질이 다르며, 그 교통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자의 직무상 사고는 산재보험 등 그 사업장과 교통기관의 특성에 맞는 다른 보험에 의해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앞서 본 면책규정의 취지에 비춰 작업 인부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대부분 철수한 상태에서 몇몇만 남아서 청소를 하거나 공구를 챙기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라서 사업장에 상존하는 토목공사로 인한 위험이 발현된 것은 아니라고 본 것 같습니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가변형 트랙터 화물 차량의 적재함에 실려 있던 철재 교각을 내린 후 적재함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적재함 뒷바퀴를 고정한 채 그 화물 차량을 후진시키던 중 적재함 사이에 끼여 흉부의 외상을 입고 끝내 사망한 경우, 가변형 트랙터 화물 차량이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이 아니므로 교통재해사망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신축 공사장 내에 있던 운반 트럭 위에서 항타기 등의 부속 자재인 철재 상자를 하역하는 작업을 준비하던 중 운반 트럭 운전사가 적재함 및 덮개를 개방하는 바람에 철재 상자와 함께 운반 트럭 밑으로 전도돼 철재 상자에 협착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그 운반 트럭이 면책규정에서 정한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레미콘 타설을 위해 후진 중이던 콘크리트 믹서 트럭의 운전석 뒷바퀴 부분에 역과돼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경우는, '공장, 토목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된다고 할 때 그 의미를 고정 사용 혹은 상시 사용과 같이 굳이 좁혀서 해석해야 할 근거가 없다'며 토목 작업장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으로 인한 사고(약관상의 교통재해가 아닌 일반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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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3월 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일(재등록)

1)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16. 6. 9. 선고 2015가단3605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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