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빗물에 젖어 있던 베란다 난간서 추락, 고의 사고 단정 못하면 재해상해


글 : 임용수 변호사


술에 취해 있던 아내가 남편과 심한 언쟁을 벌인 뒤 빗물에 젖어 있던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추락해 장해를 입었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이 모 씨는 2002년 4월 삼성생명과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를 모두 이 씨로 하는 종신보험을 체결했는데, 이 보험에 부가된 재해상해 특약에는 약관 장해분류표 2-6급 장해 시 약정 재해장해급여금(장해 3급 시 특약 보험가입금액인 1억 원의 50%인 5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2014년 7월 어느날 새벽 3시경 아파트 9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좌측대퇴골 전자간 골절, 좌측 슬관절 하부의 절단, 제3요추 압박골절, 제4요추 횡돌기 골절, 우측 상악 중절치 파절 등의 상해를 입고, 재해상해 특약에 따른 3급 장해상태가 됐습니다. 

이 씨는 사고가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면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재해가 아니라 이 씨가 자살하기 위해 고의로 주거지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데 불과하므로 우발적인 사고라 할 수 없어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고, 가사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보험 약관상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다퉜습니다. 

의정부지법 민사4단독 최복규 판사는 이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이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최 판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의 발생 여부와 관련해 「이 씨가 사고 전날 밤 11시쯤 이미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한 후 주거지에서 남편과 언쟁을 하면서 술을 더 마셨고, 사고 당시 비가 내려 이 씨의 주거지 베란다의 난간이 빗물에 젖어 있었던 사실, 이 씨는 바로 밑으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남편이 이 씨의 팔과 옷자락을 잡고 만류하는 등의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추락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사고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보험계약이 정한 '재해'라고 판단되고, 따라서 삼성생명은 이 씨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 판사는 또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이므로 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씨가 사고 당시 자살이나 고의로 추락을 시도했음을 추단할 만한 물증이나 자살 또는 고의로 추락을 시도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의 자살 또는 고의적인 추락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 씨가 주거지 베란다 난간에서 뛰어내려 죽거나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그 결과를 스스로 용인함으로써 사고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인보험계약에 의해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는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며, 이런 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반면 보험계약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2)

그런데 이 씨가 자살을 시도할 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번 사례의 경우,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증명됐다거나 이 씨가 베란다 난간에서 뛰어내려 죽거나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그 결과를 스스로 용인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판단에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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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2월 1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일(재등록)

1) 의정부지방법원 2016. 4. 29. 선고 2015가단15061 판결.
2)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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