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법원 '고지의무 위반 보험계약 해지 통보' 제대로 송달 안되면 적법한 해지 아냐


글 :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을 뒤늦게 알게 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통보를 했더라도 보험 가입자에게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다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피보험자가 과거 병력을 알리지 않는 등 과실이 있더라도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법원의 소장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케이비(KB)손해보험이 말기 콩팥병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습니다.1)

재판부는 「보험계약의 해지권은 기간 내에 행사하면 되는 것이고 의사표시의 효력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발생하므로, 소장 부본이 이 씨에게 도달할 때 비로소 해지권 행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케이비손해보험이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해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을 1심법원에 제출했으나, 이 씨에 대한 송달이 적법한 송달이 아니어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제척기간을 도과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씨는 2009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말기 콩팥(신장)병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A 손해사정회사에 손해사정을 의뢰했고, A사는 한국의료분석원에 이 씨의 기왕증과 현 증상에 대한 인과관계 등에 대해 의료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석원은 2009년 11월 '기왕증의 기여도가 90%이고, HS 자반증 신염이 진행돼 말기신부전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의료자문결과를 A사에게 송부했습니다. 한편 케이비손해보험은 그 무렵 A사로부터 한국의료분석원의 의료자문 결과를 전달받고 이 씨가 '2005년 신장 질환 진단(HS 자반증 신염)을 받은 사실'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고 그의 기왕증(HS 자반증 신염)이 말기신부전증에 영향을 미쳤음을 이유로 이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그 후 케이비손해보험은 2010년 1월 이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을 1심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1심 법원은 2010년 2월 이 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송달장소로 해서 소장 부본을 송달해 류모 씨가 수령했고 송달현황에 동거인(배우자)이 수령했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이 씨는 미혼이었고 류 씨는 2007년 12월 이 씨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에 불과할 뿐 이 씨의 동거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류 씨에 대한 송달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해 그대로 재판 절차를 진행, 2010년 8월에 판결을 선고하고 이 씨에 대해 판결문을 공시송달했습니다. 앞서 1, 2심은 모두 소장 부본의 송달을 유효하게 보고 케이비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 당시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내에 한해서만 보험계약의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보험계약의 해지권은 형성권으로서 그 행사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재판상이든 재판외이든 그 기간 내에 행사하면 되는 것이지만 해지의 의사표시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보험계약자 또는 그의 대리인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그 의사표시의 효력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발생합니다. 따라서 해지권자인 보험사가 해지의 의사표시를 담은 소장 부본을 보험 가입자에게 송달함으로써 해지권을 재판상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 소장 부본이 보험 가입자에게 도달한 때 비로소 해지권 행사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해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제척기간 내에 보험 가입자에게 송달돼야만 보험사가 제척기간 내에 적법하게 해지권을 행사했다고 할 것이고, 그 소장이 제척기간 내에 법원에 접수됐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닙니다.2)

민사소송에서의 송달은 송달받을 사람에게 서류의 등본 또는 부본을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고3), 보충적으로 근무 장소 외의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는 그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하는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습니다.4) 여기서 말하는 '동거인'이란 송달을 받을 사람과 사실상 동일한 세대에 속해 생활을 같이하는 사람을 말합니다.5) 

한편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 본문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란 당사자가 소송행위를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를 가리킵니다. 또한 '사유가 없어진 날'이란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고 나아가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사건 기록의 열람을 하거나 또는 새로이 판결정본을 영수한 때에 비로소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합니다.6)


케이비손해보험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자, 파기환송 후 사건7)에서는 ① 약관에서 보장 대상 질병을 '보험계약 기간 동안 피보험자에게 감염되거나 발병한 질병'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씨의 '말기 콩팥(신장)병' 내지 '말기 신부전'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씨가 보유하고 있던 '훼노흐세라인 자반증 신염 (HS 자반증 신염)' 등 기왕증이 진행돼 발병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고, ② 'HS 자반증 신염' 등 이 씨의 기왕증으로 말기 콩팥병 내지 말기 신부전이 중하게 된 것이므로 기왕증에 상응하는 범위 내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HS 자반증 신염'을 N082 항목으로, '만성 신부전'을 N03 항목으로 해서, N180 항목인 '말기 신부전'과 별도로 분류하고 있는 점, 'HS 자반증 신염'에서 '말기 신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나 적절하게 치료가 이뤄진다면 'HS 자반증 신염' 환자 중 26% 정도가 '만성 신부전'으로, 11% 정도가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HS 자반증 신염' 또는 '만성 신부전' 2기가 이씨의 질병인 '말기 신부전'과 동일한 질병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HS 자반증 신염' 등 이 씨의 기왕증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전단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이 씨의 질병이 보험계약 기간 전에 감염되거나 발병된 질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케이비손해보험이 이 씨에게 기왕증으로 질병이 중하게 된 경우 이에 상응하는 범위 내로 보험금이 제한된다는 약관 조항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은 해당 약관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감액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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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6월 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7일(재등록)

1)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47614 판결.
2)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다50712 판결.
3)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
4)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5) 대법원 2000. 10. 28.자 2000마5732 결정 참조.
6)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9622 판결, 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0다75044, 2010다75051 판결 등 참조.
7) 서울고등법원 2018. 6. 5. 선고 2017나9444, 2017나3732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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