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극심한 우울 상태에서는 유서 작성 했어도 사망보험금 줘라" 첫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신병을 비관해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을 매 숨졌더라도 그 당시 극심한 우울 상태에 있었다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연한 사고로 보고 유족에게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부가합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신병을 비관해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이 모 씨의 유족(자녀들)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는 이 씨의 자녀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극심한 우울 상태에서는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판단력이 극심히 떨어져도 유서 작성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신변을 부탁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씨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의 사망은 우울증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을 맨 신체 외부로부터 작용한 원인에 의한 것이므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이 씨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만큼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며, 면책사유인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씨는 2014년 9월 자택 화장실에서 벽면 수건걸이에 전기줄(멀티탭)을 묶고 그 전기줄에 목을 매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숨졌습니다. 이 씨는 생전에 메리츠화재와 일반 상해 사망 시 1억 원의 보험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해둔 상태였습니다. 앞서 1심과 2심도 모두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가 입증되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로 인정해왔던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들과는 정반대의 판결이어서 논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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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2일(재등록)

1) 저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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