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청약서에 자녀의 사망시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이라고 표시됐어도 자녀의 사망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보험수익자는 이혼한 부부 중 보험계약 체결 당시 친권행사 및 양육권자로서 자녀를 실제로 양육해온 사람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알리고 해설한다.
김 씨는 1992년 10월 전 모 씨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었고, 이후 2000년 12월 협의이혼한 뒤 두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돼 양육해 왔다. 김 씨는 2008년 9월과 2011년 3월에 두 건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 후 김 씨의 자녀가 보험기간 중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소에서 일하던 중 사망했고, 그 법정상속인은 김 씨와 전남편 전 씨였다. 자녀의 사망 당시 김 씨는 삼성생명에 피보험자를 김 씨와 자녀로 하는 2건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보험 가입 당시 김 씨는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에게 친권자 란에 전남편 전 씨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우려를 표시했고, 보험설계사는 김 씨에게 피보험자의 상해시 수익자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친권자로 지정된 김 씨가 수익자로서 보험금을 지급받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삼성생명에게 2건의 보험계약 수익자로서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수익자가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그 계약상 표시에도 불구하고 착오 등으로 별도의 의미나 내용으로 인식했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표기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해 계약을 해석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로 성립되는 낙성계약으로서 별도의 서면을 요하지 않으므로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라든가 보험계약의 내용 등은 그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해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 청약서에 기재된 사망시 수익자인 '상속인' 문구는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청약에 앞서 출력할 때 부동문자로 자동 생성되는데 상속인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 김 씨나 보험설계사 등이 김 씨와 함께 전 씨도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김 씨가 전 씨와 이혼하고 홀로 자녀를 양육하기 시작한 때부터 약 8년 내지 10년이 경과한 때에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김 씨는 자녀의 사망시 전남편 전 씨가 보험금의 1/2을 지급받는다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계약 당사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의 목적, 체결의 전후 경위, 거래관행, 신의칙 등에 비춰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의사도 자녀의 사망시 수익자로 김 씨와 더불어 전남편 전 씨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733조 제1항은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은 일종의 형성권(形成權)이고 보험회사의 수령을 요하지 않는 단독행위(單獨行爲)다. 또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서 수익자 지정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 사례에서 보험계약자 김 씨가 전 씨와 협의이혼을 한 전후로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의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김 씨만으로 지정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같은 사정만으로 보험청약서나 보험증권에 기재(표시)되지 않고도 김 씨만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시 보험수익자로서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권한을 갖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또 보험설계사에게는 독자적인 보험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보험설계사가 김 씨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던 내용이 곧바로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될 수도 없다.
이런 법리에 의할 때, 이 판결의 경우 보험설계사에게 사실상 계약 체결 대리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문면에 기재된 '상속인'으로 수익자 지정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 보험설계사의 주의의무 위반(고객보호의무 위반 등)으로 수익자 지정이 잘못돼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돼 보험회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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