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과로사 재해 제외 사항은 재해 개념 부가 설명에 불과하므로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 안된다

일사병 - 자연의 힘에 노출???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의 약관 재해분류표에서 재해 제외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불의의 사고 중 과로로 인한 사고'라는 내용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개념을 부가해 설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직접 전해 드리고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단독 차은경 판사는 우리은행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과로사한 김 모 씨의 유족이 아이엔지생명을 상대로 낸 1억 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김 씨는 우리은행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오후 8시 30분쯤 업무를 마친 후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산본병원에서 급성 심폐정지, 저산소증에 의한 뇌병변, 급성신부전 등의 진단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하다가 2년 5개월이 지난 뒤 사망했습니다. 

유족은 김 씨가 일사병을 원인으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을 하다 사망했고 이는 보험약관 재해분류표상 '자연의 힘에 의한 노출'에 해당하는 재해로 사망한 경우라며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엔지생명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반발한 유족은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차 판사는 「김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전 수행한 대출 업무가 실외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장시간 폭염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를 정상적으로 마친 후 식사 장소에서 식사와 음주를 할 때까지 탈수 증상이나 구토, 두통 등의 통상적인 일사병 증상을 호소한 일이 없었으며, 김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전 상당 기간 초과 근무를 하고,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업무를 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일사병 등 자연의 힘에 의한 노출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기보다는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돼 의식을 잃은 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사병의 증상 중 하나가 의식 소실이라는 이유만으로 김 씨의 재해 원인을 일사병으로 볼 수는 없고, 사망 당시 김 씨를 검안한 의사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폐렴을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유족은 보험계약 당시 과로로 인한 사고를 보험금 지급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을 설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을 약관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하지만, 보험약관 재해분류표에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설명하면서 그 하단에 제외 사항으로 '기타 불의의 사고 중 과로로 인한 사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의 개념을 부가 설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별도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과로로 인한 사고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보험회사의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조항임을 전제로 하는 유족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인보험(생명보험, 상해보험 등)은 재해나 상해 개념의 속성상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입니다. 

​특히 생명보험 약관 재해분류표상 재해의 정의에 관한 규정에서 기술하고 있는 '외래성'이란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이 질병이나 신체의 결함에서 온 것이 아니라 명백히 볼 수 있는 외부에서 생긴 사고로 기인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명보험 약관에서 '과로로 인한 사고'를 제외한다고 정한 것은, 원래는 과로로 인한 사고도 '외래의 사고'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특별히 이를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재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기초하되 그 분류 중 과로로 인한 사고는 제외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 즉 내재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로 및 스트레스와 같은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피보험자의 사망은 외래성 있는 사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유족 측이 이렇게 일사병 증상이나 징후 없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과로한 상태에서 일사병으로 사망했다며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런 경우 보험사 측 입장에서는 유족 측의 소장만 얼핏 보고도 거저(?) 쉽게 승소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유족 측을 소송 대리한 사건이라면 끔찍한 재앙 수준입니다. 이런 보험금 청구는 한마디로 자충수입니다.

2019년 2월 4일 근무 중 순직한 고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신' 아틀라스(Atlas)로 비유되는 그는 2012년 응급의료센터를 지휘하면서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 헬기)와 권역외상센터(중증외상센터)를 도입하고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응급의료 체계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한덕 센터장에 대한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고도의 관상동맥 경화로 인한 급성 심장사로 밝혀졌습니다. 과로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과로사는 공무원연금법상의 공무상 재해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생명보험 약관상의 재해로 인정받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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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3월 24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7월 30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12. 선고 2013가단5122678 판결.
2)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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