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양봉을 하며 키우던 꿀벌에 다른 사람이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전하고 방문객 여러분을 위해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박 씨는 2009년 6월 삼성화재의 '삼성올라이프100세건강파트너보험(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타인의 신체의 장해 또는 재물의 손해에 대해 1억 원을 한도로 보상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있었습니다.
박 씨의 동생은 2015년 9월 추석을 맞아 충북 증평군에 있는 박 씨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박 씨의 집 주변에는 저온 창고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박 씨 소유의 공터가 있었는데, 창고 측면에는 박 씨가 소유·관리하는 양봉통이 10개 정도 있었습니다.
박 씨의 동생은 양봉통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정도 떨어진 주차장 입구에서 다른 친지들을 맞이하기 위해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 있다가 갑자기 날아든 꿀벌에 오른쪽 귀 뒷부분을 한 번 쏘였습니다. 벌에 쏘인 박 씨의 동생은 주택으로 돌아온 직후 그대로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쇼크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박 씨는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동생이 사망했다"며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했고, 그러자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 판사는 「사고 장소는 양봉통이 있는 곳에서 불과 10m 정도 떨어진 곳이고, 사고 장소 주변은 대부분 밭인데 양봉을 하는 곳은 반경 1~2㎞ 이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박 씨의 동생은 박 씨가 소유·관리하는 양봉통에서 날아온 꿀벌에 쏘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양봉통의 규모로 볼 때 박 씨가 전문적으로 양봉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망 사고는 피보험자인 박 씨의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씨는 자신이 점유·관리하고 있는 양봉통에서 나온 꿀벌에 의해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충분히 알리고 사고 방지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박 씨는 공작물인 양봉통의 설치 관리자로서 또는 동물 점유자로서 동생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삼성화재는 박 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박 씨의 동생이 꿀벌에 쏘인 것만으로 사망의 결과에까지 이른 것은 이례적인 면이 있다」며 삼성화재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이 판사는 또 「박 씨는 동생의 형으로서 5분의 1 상속지분이 있어 박 씨의 손해배상채무는 박 씨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3800여만 원 만큼 혼동으로 소멸해 1억5300여만원이 된다」며 「박 씨의 동생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1억원을 초과하므로, 삼성화재는 보상한도인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삼성화재의 보험계약 중 '가족일상생활 중 대인·대물 배상책임 특별약관'은 "① 피보험자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주택(부지 내의 동산 및 부동산 포함)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인한 우연한 사고, ② 피보험자의 일상생활(주택 이외의 부동산의 소유, 사용 및 관리를 제외)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의 장해 또는 재물의 손해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1억 원을 한도로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담보 부분은 피보험자의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인해 타인에게 발생한 신체의 장해 또는 재물의 손해에 대해 법률상 책임을 짐으로써 부담하게 되는 손실을 보상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담보 부분과 관련해서는 피보험자가 타인과의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존재해야 함은 물론 피보험자의 행위와 타인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등 법률상 배상책임자로서의 요건을 갖춰야만 보험금 지급 요건이 충족됩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있거나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피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해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예컨대, 운동 경기 중에 상대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사고가 있었더라도 경기규칙을 지키는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습니다.2) 이 같은 사고는 보험사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형사상 정당방위에 해당해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해,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해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돼야 하기 때문입니다.3)
- 최초 등록일 : 2017년 9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4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법 2017. 8. 30. 선고 2016가단5067796 판결. 삼성화재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 기각됐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9. 6. 선고 2017나56645 판결),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종결됐습니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74090 판결).
2)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66849 판결.
3)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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