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바르톨린샘 낭종조대술도 보험 약관상 수술 "수술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바르톨린샘 (Bartholin's gland, 바르톨린선) 낭종 조대술도 의료 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에서 정하는 수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직접 소개해 드리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최 모 씨는 2005년 4월 동부화재에 피보험자를 최씨 자신으로 하는 질병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해왔습니다. ​이 질병보험 약관은 최 씨가 여성특정질병수술비 특별약관에서 정한 여성특정질병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1)을 받는 경우 여성특정질병수술비로 400만 원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2013년 3월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미래아이여성병원에서 바르톨린샘 낭종(농양)의 진단을 받고 같은 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을 시술받았습니다. 

​최 씨는 2013년 4월 여성특정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았음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최 씨가 시술받은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컨버전스갱신보험상의 보험금 지급 사유인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고 최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동부화재는 '보험금 지급 사유인 수술은 피부나 점막, 기타 조직을 의료 기기를 사용해 절개·절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 씨가 시술받은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낭종의 가장 가까운 쪽에 입구를 내어 내부 액체를 빼내 압력을 감소시키면서 세척 및 소독을 시행해 일차적으로 낭종의 크기를 줄이고 이차적으로는 정상 조직으로 치유되도록 유도하는 처치로서 이는 시술 시행 전 흡인·천자에 해당하는 처치에 불과해 컨버전스갱신보험에서 정한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 씨의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 시행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최 씨는 자신이 시술받은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바르톨린의 농양이 있는 부위를 절개한 이후 내용물인 농양을 제거하고 다시 그 부위를 봉합하는 것으로서 이는 의료 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하는 조작을 가하는 것으로서 보험 약관에서 정한 수술에 해당한다고 맞섰고,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 시행에 따른 보험금으로 여성특정질병수술비 400만원 등의 지급을 구하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습니다.     


부산지법 민사항소1부(재판장 김홍일 부장판사)는 동부화재가 최 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동부화재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최 씨의 보험금 청구 반소를 인용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2)
재판부는 「최 씨가 진단받은 바르톨린샘의 낭포란 여성 성기인 질의 양쪽에서 점액을 분비하는 바르톨린샘의 감염 등으로 인해 도관이 막혀 형성되는 것으로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막혀 있는 낭종 부위를 일부 절개한 뒤에 이를 바깥쪽 피부에 봉합해 열려 있는 주머니의 형태로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산부인과 수술 아틀라스(수술 방법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책)에 그 시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고, 국소마취 하에 무균적 처치와 함께 시술된다」고 덧붙였습니다.  ​

그러면서 「동부화재는 최 씨에게 보험금으로 약관에서 정한 여성특정질병비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동부화재는 최 씨에게 여성특정질병수술비 400만원 등을 주지 않기 위해 항소심까지 버텼지만,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끄는 판결입니다. 바르톨린샘 낭종의 경우 단순 절개술, 조대술, 낭종 제거술(절제 수술) 등 3가지 수술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 조대술을 시행합니다. 바르톨린샘 낭종 조대술은 막혀 있는 낭종을 절개해 막힌 부위를 소통시키고 절개 부위를 따라 흡수되는 봉합사(절개 부위를 꿰매는 데 쓰는 실)로 봉합을 하고 바르톨린샘 입구를 열려 있는 주머니의 형태로 크게 만들어주는 수술에 해당합니다.

​과거 하급심 판결 중에는 같은 보험회사인 동부화재가 김 모 씨를 상대로 울산지법에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낭종 절개술 수술보험금과 관련해 '동부화재의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함으로써 동부화재의 손을 들어줬던 사례가 있습니다.3) 

이 울산지법 판결에서는 『약관에서 "수술이라 함은 의료기구를 사용해 생체(生體)에 절단(切斷), 적제(摘除)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하며, 흡인(吸引), 천자(穿刺) 등의 조치 및 신경(神經) BLOCK은 제외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바르톨린선 낭종 절개술은 바르톨린선 낭종을 단순 절개해 낭종 내의 내용물을 흡입 배출하는 시술이므로 약관 소정의 '수술'의 의미와 피보험자가 받은 시술 내용 등에 비춰 바르톨린선 낭종 절개술은 약관 소정의 '흡인' 조치에 해당할 뿐 약관에서 말하는 '수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습니다. 


이 울산지법 판결은 보험 가입자 측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당사자본인소송)으로 미숙하게 진행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법리 다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보험 가입자였던 김씨가 청구원인을 제대로 특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간혹 보험 가입자들 중에 보험사의 소장을 받고 두려움으로 너무 빨리 자신의 권리 행사를 포기하거나 이와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 나홀로소송을 하다가 사건을 그르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 울산지법 판결은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이 판결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니, 피보험자인 김 씨는 1차로 '바르톨린샘 농양' 진단을 받고 '농양 절개술'을 시술 받았으나, 그럼에도 완치되지 않아 약 6개월 뒤에 2차로 '바르톨린샘 낭종' 진단을 받고 우측 바르톨린선 부위을 일부 절제한 후 실로 다시 꿰메는 '낭종 조대술'을 받았고, 그로부터 약 2개월 뒤에 우측 바르톨린선이 통증을 동반한 채 부어오르는 증세가 나타나 호전되지 않자 다시 3차로 낭종을 절개해 낭종 내의 내용물을 흡입·배출하는 '바르톨린선 낭종 절개술'을 시술받았던 사건입니다. 판결 이유에 비춰볼 때, 피보험자인 김씨는 3차로 시술받은 낭종 절개술만을 치료 목적의 '수술'에 해당한다면서 수술 보험금을 청구했고, 재판부도 낭종 절개술이 수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례에서는 보험법리를 익히면 판결의 당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보험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에서 해당 부분(제3장 보험계약법 중 'Ⅲ. 보험계약법의 법원' 등)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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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2월 18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21일(재등록)

1) 약관은 '수술'을 '의사에 의해 여성특정질병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 적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하며 흡인, 천자 등의 조치 및 신경차단은 제외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2) 부산지방법원 2015. 1. 23. 선고 2014나42513, 2014나42643 판결.
3) 울산지방법원 2009. 1. 14. 선고 2007가합69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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