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가 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을 받고 30일 이상 약물 치료를 받았는데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했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다면 허위 고지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진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허위 고지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보험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진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허위 고지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보험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종혁 부장판사)는 엘아이지손해보험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최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엘아이지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는 일정 기간 안에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거나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며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는 보험계약의 내용, 고지해야 할 사실의 중요도, 보험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 보험사와 피보험자 사이의 관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사회통념에 비춰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보험사에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 씨가 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나 그 후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 5년 이상 협심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점,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서면 양식에 고지해야 할 11대 질병의 검사 시기가 '최근 5년 이내'로 기재돼 있는 점, 최 씨는 2006년 10월 협심증 치료약을 처방받은 이후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 30일 이상 질병으로 인한 장기 투약을 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최 씨 부부가 보험계약 체결 시 최 씨가 협심증 진단을 받고 30일 이상 약물 투여를 한 사실에 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허위의 고지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최 씨는 2005년 11월 한 의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통해 협심증 진단을 받은 후 2006년 10월까지 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후 최 씨의 아내는 2011년 7월 피보험자를 최 씨로 하고 질병사망과 급성심근경색증진단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엘아이지손해보험은 최 씨가 포항시 남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지며 포항성모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자 보험계약상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 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합니다. 어떤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 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춰 객관적으로 관찰·판단돼야 하는 것이지만,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때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됩니다.2)
보험 가입자가 보험청약서에서 질문받은 사항을 보험청약서에는 기재하지 않고 보험설계사에게만 알렸을 경우 일반적으로 보험설계사는 독자적으로 보험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나 고지 내지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으므로3), 보험설계사에게 알린 것만으로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보험사에게 고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4)
이번에 소개한 판결에서 피보험자가 협심증 진단을 받고 30일 이상 약물 투여를 한 사실은 보험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고 결과적으로는 허위 고지(부실 고지)를 한 것이 명백해 보이지만, 담당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협심증 진단을 받은 때부터 5년이 경과한 후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에 주안점을 두고 허위 고지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고 판시한 것 같습니다.
반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조금 다르지만, 피보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협심증으로 의심된다며 정밀검사를 권고받았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보험계약 해지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습니다.5)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 협심증 의증 진단 및 정밀검사 권고를 받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보험자가 협심증 의증을 진단받고 정밀검사를 권고받은 사실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2)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1979. 10. 30. 선고 79다1234 판결,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6다19672, 2006다19689 판결 등 참조.
4)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69837, 2006다69844 판결.
5) 광주고등법원 2010. 12. 1. 선고 2010나3079 판결(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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