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조현병 환자의 투신 사망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결혼을 앞두고 있던 조현병 환자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그 증상이 증폭된 나머지 충동적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면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민 모 씨의 딸 김 모 씨는 2009년 11월 교보생명과 피보험자를 김 씨, 수익자를 김 씨와 민 씨로 하는 질병보험을 체결했습니다. 김 씨는 질병보험에 가입하면서 '재해사망특약'을 추가했습니다.

재해사망특약 약관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재해(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사망한 경우 5000만 원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고, 같은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10년 5월 을지병원에서 자궁내막증과 근종으로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받은 뒤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생겨 2010년 9월 정신과 병동에 2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호전됐다가 2012년 12월부터 '사람들이 싸우고 누군가를 죽이고, 구토하는 듯한 꺽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환청이 시작되고, '전 남자친구가 그의 아내를 죽이는 생각, 친부가 도박을 하고 빚을 김 씨에게 갚아달라고 한다는 생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 등의 망상이 계속돼 2012년 12월부터 다음달까지 망상형 조현병, 불안장애, 신체화장애 등의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2013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차 통원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자 치료를 중단했다가 증상이 재발해 2014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다시 2차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김 씨의 조현병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2014년 3월 초에는 약한 정도의 판단력 장애 상태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등 증세가 호전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내원일인 나흘 뒤에는 다시 불면 증상이 생기고, 약을 안 먹으려는 고집이 생기는 등 악화 추세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가 투약 순응도가 약한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했기 때문에 자살할 무렵에는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신질환 중에서 우울장애가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질환인데, 조현병 환자의 80%가 주요우울삽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씨의 경우 교육 수준이 높은 점, 수술 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우울 증세를 동반하고 있었던 점, 자신의 병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던 점, 직업이 없는 점 등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여자인 점, 자살 기도 전력이 없는 점,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점,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던 점 등과 같이 자살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임신 확률을 떨어뜨리는데,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김 씨는 평소 정상적으로 임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김 씨는 2차 통원 치료를 받을 무렵 남자 친구를 새로 사귀게 됐는데, 약 때문에 결혼과 임신 계획이 어그러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2014년 3월 8일까지 통원 치료를 받다가 중단했고, 자살 3일 후인 2014년 3월 말에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김 씨의 처지를 알고 결혼하기로 했음에도 김 씨는 상견례를 앞두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2차 통원 무렵 김 씨의 GAF 점수는 45점으로, 이는 심각한 증상(예: 자살 생각, 심각한 강박적 의식, 빈번한 소매치기) 또는 사회적, 직업적, 학교 기능에서 심각한 손상(예: 친구가 없거나 일정하게 직업을 갖지 못함)이 있음을 뜻합니다.

김 씨는 2014년 3월 26일 서울 광진구에 있고 별다른 연고가 없는 2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는데, 같은 날 오전 8시 35분경 아파트 출입구 지붕 위에 추락해 숨진 상태로 발견됐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김 씨의 어머니인 민 씨는 '김 씨가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며 교보생명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자살은 보험금 지급 사유인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고, 김 씨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면책사유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김 씨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상당히 호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임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괴로워하다 상견례가 다가오자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신용무 판사는 민 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교보생명은 민 씨에게 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신 판사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가 치료 중단으로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이 악화되고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어 임신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상견례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그 증상이 증폭된 나머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 판사는 또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는 것은 자신을 해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그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며, 교보생명이 말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를 뜻하는 것으로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에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보험사고인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할 것인데, 김 씨가 조현병 자체를 원인으로 해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추락이라는 외부적 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것이므로 이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규정2)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런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3)

그리고,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4) 


유사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고, 자신의 주변 상황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며, 증상이 지속되자 기계음 같은 환청을 듣게 돼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게 된 환자가 아파트 19층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아래로 떨어져 두개골 골절 및 파열 등의 상해를 입고 현장에서 사망한 경우입니다. 1심 법원은 스스로 창문을 열고 창문 앞에 놓여 있던 의자에 올라가 창밖으로 뛰어내려 사망한 것일 뿐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추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으나, 2심 법원은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 가사 외관상으로 관찰할 때 망인이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그것을 목적으로 뛰어내려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신분열증의 발현으로 인해 환시, 환청 등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서 망인의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험계약에서 면책사유로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적 자해' 또는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5)

또한 남자친구가 자살한 이후 불안, 긴장,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여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중등도의 우울증 및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았고 편집성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불면증 등으로 입·통원 치료를 받았으며, 수면유도제를 과다하게 복용하는 방법과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피보험자가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1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 옥상에서 뛰어내려 추락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편집성 조현병(정신분열증),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신을 해치는 행위를 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므로, 결국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상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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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3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3일(재등록)
  • 2차 수정일 : 2020년 10월 22일(주6 추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22. 선고 2014가단5183533 판결.
2)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입니다.
3)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4)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본소), 2005다70557(반소) 판결.
5) 서울고등법원 2012. 7. 4. 선고 2011나48850 판결.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3. 선고 2019가단5192570 판결; 2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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