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 안 알려도 고지의무위반 안돼,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2차례에 걸쳐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보험사에 미리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이라 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재판장 김지영 부장판사)는 노 모 씨가 흥국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흥국화재는 일반암 진단비 및 3대암 진단비 합계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1)

노 씨는 2011년 11월 흥국화재와 사이에 일반암 진단비 5,000만 원, 3대암 진단비 2,000만 원, 피보험자 및 만기금 수익자를 노 씨로 정한 질병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노 씨는 약정된 보험료를 납입해 오던 중, 2014년 10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신생물()(C34.9), 뇌하수체의 양성 신생물(D35.2)' 진단을 받았습니다.

노 씨는 흥국화재에 갱신형 일반암 진단비 및 갱신형 3대암 진단비로 총 7,000만 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흥국화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의 해지 통보를 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노 씨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흥국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흥국화재는 보험계약 체결 이전 노 씨가 받은 2차례의 뇌종양 수술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에도 해당된다며 보험계약이 취소됐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노 씨가 1996년 11월과 200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흥국화재의 고지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노 씨가 보험계약 이전에 진단과 치료를 받은 뇌하수체 선종은 양성종양으로 분류되고, 흥국화재의 주장과 같이 노 씨의 암이 쿠싱증후군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노 씨가 계약 청약일 이전 5년 사이에 치료받은 두 차례의 칼슘대사장애가 쿠싱증후군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노 씨가 그런 사실을 흥국화재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실이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보험청약서상의 질문에 대해 5년 이전(7년 전과 15년 전)에 수술 받은 양성종양을 고지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노 씨의 뇌하수체 선종 제거 사실이 고지할 의무를 지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설령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더라도 노 씨로서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뇌하수체 선종 제거 사실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식하고서도 고의로 고지하지 않았다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뇌하수체 종양의 조직학적 소견은 대부분의 경우 양성종양(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D35.2 '뇌하수체의 양성 신생물')에 해당합니다. 보험 가입 전에 있었던 양성종양의 일종인 뇌하수체 선종 제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을 모두 결여한 경우이므로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상법 제651조에 의하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는 일정 기간 안에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노 씨가 가입한 약관에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의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평가되는 사항을 말합니다.


한편 보험사가 계약 체결에 있어서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상법 제651조의2), 이때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되므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해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는데, 보험사가 전화 등 통신수단을 활용해 보험을 모집하는 경우, 보험사 상담원의 질문이 청약서의 질문표를 대체합니다.

또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러한 사항의 존재에 대해 이를 알고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돼야 합니다.

같은 양성종양이지만 5년에 조금 못 미친 약 4년 6개월 이전의 양성종양에 대해서는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2020년 8월 선고된 판결인데, 어릴 적부터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을 앓고 있던 피보험자가 어린아이의 머리 부분과 가볍게 부딪친 뒤 오른쪽 팔 상박 부위에 있는 신경섬유근종 혹의 혈관이 터져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하기 약 4년 전에 신경섬유종증으로 입원 및 수술을 한 사실이 있는데도 보험계약 당시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봐야 하고, 그런 사실과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 간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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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1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18일(재등록)
  • 2차 수정일 : 2020년 10월 6일[주)2 판결 추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73134 판결.
2) 청주지방법원 2020. 8. 19. 선고 2019가단24292, 2019가단3006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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