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음주 상태서 부탄가스 흡입 중 가스 중독사는 우연한 외래 사고, 재해사망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술 먹고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심장 내 부정맥,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했다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법 자문 의견서 작성이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전화로 예약한 후 법률상담 일정을 잡아 주세요. 

나 모 씨의 아버지는 삼성생명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나 씨로, 사망 시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정한 종신보험 등 4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나 씨가 2014년 9월부터 근무 중인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 직장 동료와 나 씨의 아버지가 119에 신고했고, 며칠 뒤 소방대원이 출동해 나 씨의 집을 열어 보니 나 씨가 소파에 누운 채 새까맣게 변해 사망해 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사고 당시 나 씨의 소파 옆에는 빈 1회용 부탄가스 8통, 빈 맥주병, 소주병, 정종병 등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와 음식, 여러 개의 빈 담뱃갑이 놓여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4년 11월 나 씨의 시신을 부검한 후,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사인은 불명이지만, 감정 소견을 토대로 현장 상황을 검토해 보면 부패로 인해 규명하기 곤란한 내적 원인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 또는 부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감정 소견을 밝혔습니다. 

알코올의존증

또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E교수는 법원의 나 씨 사망 사고에 관한 자문 의뢰에 대해 경찰 수사기록과 부검감정서를 검토한 후, '내인성 급사와 중독사의 가능성 중 내인성 급사의 경우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반면, 사건 현장의 소견이나 근육 중 알코올 농도 검사 결과를 참고할 때 중독사의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만한 상황으로 생각된다'며 '나 씨의 사망원인을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짓기는 곤란하나 내인성 급사보다는 부탄가스 흡입 및 음주에 관련한 사망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나 씨의 부모는 나 씨의 사망 사고 발생 이후 삼성생명에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삼성생명은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후 나 씨의 사망 사고는 '자의의 중독 및 노출'에 의한 사망으로 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나 씨의 부모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나 씨의 부모는 나 씨가 주취 상태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함으로써 중독사했고 이는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하므로, 삼성생명은 나 씨의 부모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생명은 나 씨의 사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 씨의 체질적 요인으로 인한 내인성 급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나 씨의 사망 사고를 재해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설령 나 씨가 주취 상태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중독사 했다고 하더라도, 나 씨가 자의에 의해 부탄가스를 흡입한 이상 이는 고의적 자해로서 불의의 중독 및 노출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나 씨의 사망 사고는 보험계약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거나 면책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다퉜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부 정은영 부장판사)는 나 씨의 부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2억1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나 씨 부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재판부는 나 씨의 사망원인과 관련해, 「나 씨에게 내인성 급사를 일으킬 만한 특별한 기왕증은 찾아볼 수 없고, 부탄가스를 흡입하는 경우 심장 부정맥, 질식, 미주신경 억제, 호흡 등의 기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나 씨는 사망 당시 상당한 양의 음주를 한 것으로 보이고, 고려대학교 법의학교실 감정의 역시 현장 상황과 나 씨의 내적인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인성 급사보다는 부탄가스 흡입 및 음주에 관련한 사망의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감정했다」며 「앞서 본 사정에 비춰보면 나 씨는 주취 상태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심장 내 부정맥, 호흡곤란 등의 기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나 씨의 사망 사고는 외래의 사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비록 나 씨가 자의에 의해 부탄가스를 흡입한 것은 사실이나 나 씨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목적으로 혹은 그런 결과를 예견하고도 부탄가스를 흡입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나 씨의 사망을 고의에 의한 사망(한국표준질병 · 사인분류 분류항목 X67의 '기타 가스 및 휘발성 물질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이라고 볼 수는 없고, 우발적인 사고(분류 분류항목 X47의 '기타 가스 및 휘발성 물질에 의한 불의의 중독 및 노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자살이므로 보험계약 약관상 면책규정에 의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대해서도 「나 씨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목적했다거나 예견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나 씨의 사망 사고를 고의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다음, 삼성생명은 나 씨의 부모에게 재해사망보험금 2억1600만 원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 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해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고객 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보험사)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해야 합니다. 한편 상법 규정에 의하면,2)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의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볼 때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대한 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면책약관은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라고 봐야 합니다.  


재해사망특약 약관 재해분류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중 고의적 자해(X60~X84)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계약 중 재해사망특약은 사망보험의 일종으로서 재해분류표 중 고의적 자해(X60~X84)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로 규정한 부분은 그 규정의 형식상 면책약관의 성격을 가집니다. 한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고의적 자해(X60~X84)로 분류되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봐서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그 경우에 관한 한 면책약관은 무효라고 봐야 합니다.

피보험자가 스스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흡입량 과다로 사망했고, 스스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사망함으로써 피보험자의 사인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X67의 '기타 가스 및 휘발성물질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다면 피보험자의 사망이 전체적으로 봐서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3) 

따라서 이번 사안의 경우 보험사고(나 씨의 사망)의 원인이 부탄가스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로서 고의적 자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나 씨가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의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나 씨의 사망을 고의에 의한 사망(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분류항목 X67의 '기타 가스 및 휘발성물질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이라고 볼 수는 없고, 우발적인 사고(분류항목 X47의 '기타 가스 및 휘발성물질에 의한 불의의 중독 및 노출')에 해당한다고 풀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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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1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17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6. 선고 2015가합538897 판결. 
2)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 참조.
3)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38438(본소), 2009다38445(반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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