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회사 업무를 보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경우 자동차상해보험금 청구권자와 산재보험금 수급권자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산재보험금을 자동차상해보험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자동차보험의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상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 또는 보험법 자문을 원하는 분들은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꼭 지참하고 방문해서 법률상담에 임해 주세요.
대법원 제2부는 손 모 씨1)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항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
삼성화재의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은 자동차상해 보상 내용에 피보험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를 포함시키고 있고, 보통약관 '대인배상,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지급 기준에 의해 산출된 금액'과 '비용'을 합한 액수에서 '공제액'을 공제한 액수로 하되, '피보험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 항목 중의 하나로 규정(산재보험금 공제조항)하며, 이 경우 피보험자의 개념과 범위에 관해서는 승낙피보험자인 손 씨는 물론 그의 부모, 법률상 또는 사실혼관계의 배우자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자동차상해보험이 자기신체사고보험에 비해 규율 대상이 겹치면서 단지 보상의 범위가 확대된 측면이 있지만,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이 없는 자기신체사고보험에 비해 감액된 보험금을 수령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이 피보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즉 기본적으로 자동차상해보험과 자기신체사고보험은 서로 별개의 보험계약으로서 보상의 범위와 이에 관한 공제 및 면책사유를 정할 때는 각자 고유한 고려를 할 여지가 있으므로,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을 약관규제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자동차상해보험 특별약관의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에 따르면 승낙피보험자의 상속인이 지급받을 보험금을 산정할 때 승낙피보험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를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석상 산재보험금 수급권자와 자동차상해보험 청구권자가 다른 경우에도 산재보험금을 자동차상해보험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의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은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와 민법 등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그 대상이 된 손해의 각 항목에서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의 수급권과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의 귀속 주체 사이에도 존재해야 한다는 법리 및 사용자가 가입한 자기신체사고보험에 따른 보험금을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법리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고용관계에 있는 직원을 승낙피보험자로 해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산재보험금 수급권자와 보험수익자가 달라지는 경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은 별도의 설명 없이 예상할 수 있던 사항이거나 보험계약자의 계약 체결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C회사 직원인 손 모 씨는 C회사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의 승낙피보험자로서 2014년 3월 업무로서 회사 명의의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호남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우측으로 차로를 이탈해 갓길 연석을 1차 충격한 후 가드레일 밖에 세워진 표지석을 2차 충격하고 공중회전한 후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가는 교통사고를 당해 두개골분쇄골절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손 씨의 사망 당시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지급할 일시금으로 산출한 산재보험법상의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1억3223만여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한편 손 씨의 법률상 상속인으로서 직계존속이었던 원고는 삼성화재에게 자동차상해보험금의 한도액인 2억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삼성화재는 "손 씨의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지급받은 유족급여도 '피보험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하므로 이를 공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6776만여 원만을 원고에게 지급했습니다.
1, 2심도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사고로 인한 손 씨의 사망으로 인해 산재보험법에 의해 유족급여를 지급받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피보험자에 포함되고 그가 산재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현실적인 지급 여부에 관계 없이 모두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에서 공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와 민법 등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상호보완적 관계는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의 각 항목 사이에서 존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 수급권과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의 귀속 주체 사이에도 존재해야 합니다.3) 산재보험법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해 이 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조항은 비록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가 서로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와 민법 등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중복전보(이중 급부)에 의한 부당이득을 방지하기 위해 그 보험급여 금액의 한도 안에서 보험가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4)
원고는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상 수급권자나 손해배상청구권자 어느 한 쪽에서 지급받으면 다른 쪽 채권이 소멸하거나 이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위해서는 양자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상호보완적 관계는 양자가 서로 같은 성질이어야 하며, 나아가 보험급여의 귀속 주체와 손해배상채권의 귀속 주체가 동일한 것이 요구되는데 이 사건에서 손 씨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를 수급권자로 하는 유족급여와 자동차상해보험에 따라서 원고가 손 씨의 상속인으로서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은 서로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그 귀속 주체도 상이하므로 상호보완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서 공제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 2심은 모두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의 적용 대상과 범위의 해석은 보험가입자인 C회사와 삼성화재 사이에 체결된 자동차상해보험계약의 해석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1,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원고가 구하는 산재보험금 상당의 차액에 대한 지급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하는가는 ①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 ② 보험가입자가 민법 기타 법령에 따라서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③ 보험가입자가 체결한 자동차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이라는 3가지 고려 요소 중 ③의 문제이며 기본적으로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적 계약의 일종인 보험계약의 해석 문제라고 봤습니다.
저희 보험전문 법률사무소(임용수 변호사)가 어느 한 쪽의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사건은 아니지만, 언뜻 보기에 민법이 아니라 보험계약법이 적용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사안의 내용이 조금 다름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이 ①과 ②의 관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 사건에 곧바로 원용하는 듯한 주장을 한 것은 다소 부적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①과 ③의 관계의 측면에서도 여전히 보험계약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민법상의 배상책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자동차손해보험(대인배상Ⅱ, 대물배상)의 경우는 기본적으로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영역이지만, 미리 지정된 특정인이나 법률상 상속인과 같이 특정 보험수익자(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때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약정된 보험금액을 지급하는 보험계약인 인보험(생명보험, 상해보험 등)에 속하는 자동차상해보험의 경우는 상법 보험편(보험계약법)이 적용되며 보험계약법은 공공성‧사회성과 더불어 상대적 강행법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법 보험편을 봐도 인보험, 생명보험, 상해보험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는 달랑 3개의 조문만을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약관(계약자유)에 맡기지만, 인보험과 관련해서는 보험사에 비해 경제적, 법적 약자인 보험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배려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이 유효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상정해 보더라도, 상해보험에서 특정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산재보험금이 아니라 상해보험의 수익자와 관계 없는 타인에게 지급하는 산재보험금도 공제한다는 약정 부분의 산재보험금 공제조항은 상해보험에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업무상 교통재해를 당한 경우 자동차상해보험금을 먼저 받고 산재보험금을 나중에 신청하는 게 유리합니다. 산재보험금을 먼저 받으면 보험사가 산재보험금을 자동차상해보험금에서 빼고 지급하므로 산재보험금만큼의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중에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한화손보, 롯데손보, MG손보 등 6개 손해보험사는 자동차상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 '피보험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하는 내용의 약관을 규정해 놓고 적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월 대법원 판결 이후 자동차상해보험 수령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상해보험금과 산재보험금 중 어느 것을 먼저 신청하느냐에 따라 피보험자 측이 지급받게 되는 보험금의 규모가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보험업계 중에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한화손보, 롯데손보, MG손보 등 6개 손해보험사는 자동차상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 '피보험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하는 내용의 약관을 규정해 놓고 적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월 대법원 판결 이후 자동차상해보험 수령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상해보험금과 산재보험금 중 어느 것을 먼저 신청하느냐에 따라 피보험자 측이 지급받게 되는 보험금의 규모가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급여 시 자동차상해보험금을 공제하고 줬습니다. 그러나 2015년 1월 대법원이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청 순서에 따라 보험금의 규모가 달라지게 됐습니다. 즉 "사용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동차상해담보특약에 의해 받은 보험금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에서 공제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5)
이번 사건의 경우 원고가 사실혼 배우자보다 보험금을 먼저 청구해서 지급받았거나 또는 자동차상해보험금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금 청구 시기가 사전 조율됐다면 1억 3200만 원이 넘는 돈을 공제 당하지 않고 보험금을 온전히 지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았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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