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자가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보험 설계사의 말을 믿고 돈을 준 경우 외형상 보험 모집행위가 아니라면 보험회사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하기 바란다.
장 모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최 모 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2900만 원의 돈을 건네줬다. 최 씨가 장 씨의 기존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 친하게 지낸 관계였던 터라 장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기존의 다른 보험 등을 해지해 돈을 마련한 뒤 최 씨에게 줬다.
그런데 최 씨는 장 씨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뒤늦게 거짓임을 알게 된 장 씨는 최 씨는 물론 현대해상화재보험(주)를 상대로도 돈을 반환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장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3가합88244)에서 "최 씨는 장 씨에게 2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대해상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1)
재판부는 「보험업법 제102조 1항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규정하고 있다」며 「'모집을 하면서'라는 의미는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볼 때 객관적으로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행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씨가 2900만 원을 최 씨 계좌로 이체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장 씨의 주장처럼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보험사로부터 해지환급금을 받아 다시 최 씨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은 통상의 거래 관념에 비춰 상식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포함)이 보험 모집 업무를 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보험모집인을 선임 내지 위촉한 보험사의 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보험모집인이 보험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은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관한 일반 규정인 민법 제756조에 우선해서 적용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서 정한 '중개 업무를 할 때'라는 규정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해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새겨야 한다. 이를 '외형이론'이라고 한다.
이 같은 법리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처로부터 보험에 가입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험료를 받아 그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안에서, 보험설계사의 보험료 수령행위가 외형상 그의 보험모집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서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라는 이유로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2)
이 같은 법리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처로부터 보험에 가입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험료를 받아 그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안에서, 보험설계사의 보험료 수령행위가 외형상 그의 보험모집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서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라는 이유로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2)
설계사의 모집 관련 불법행위? 사적인 금전 거래?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의 배상책임과 관련해 외형이론을 적용해서 보험모집인의 불법행위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의 중개 업무인 보험모집 관련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보험계약자와 보험모집인 간의 사적인 금전 거래 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보험사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보험계약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는 30%~50% 정도의 과실상계를 해서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50%~70% 정도로 인정한다. 하지만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외형상 모집행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인 보험계약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될 때는 보험사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는 경우도 있다.4)
여기서 '중대한 과실'은 피해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본래의 모집행위에 관한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설계사 개인 통장으로 보험료 송금은 절대 금물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험계약자가 2회 이후의 보험료 또는 일시납 보험료를 보험회사 명의의 은행계좌가 아닌 보험모집인의 개인 통장으로 송금(납입)했는데 보험모집인이 이를 횡령했던 경우다. 과거에는 1회 보험료를 보험설계사에게 현금으로 교부하거나 설계사 개인 통장으로 송금하던 때가 있었고, 법원도 보험설계사의 1회 보험료수령 및 보험료영수증 발급 권한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보험설계사가 개인계좌로 보험료를 송금하라고 요구해도 절대로 설계사의 개인계좌로 보험료를 송금해서는 안 된다. 보험계약자가 설계사의 요구에 따라 보험료를 보험회사 통장이 아닌 보험설계사 개인 통장으로 송금하면 그 송금 자체가 과실 행위다. 횡령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송금한 보험료 전부를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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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등록일 : 2016년 3월 2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4일(재등록 및 케이스메모 추가)
- 2차 수정일 : 2024년 1월 28일(일부 글 추가)
1) 장 씨가 현대해상만을 단독 피고로 해서 항소를 제기했지만, 서울고법 제12민사부는 장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서울고법 2017. 1. 13. 선고 2016나2021542 판결).
2)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 참조.
3)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다88306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다8830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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