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설계사와 보험계약자 간 금전대차관계 이용한 보험계약도 유효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이 보험업법상의 금지규정을 위반해 체결된 것이더라도 그 보험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이용, 부당하게 요구해 체결된 보험계약도 계약 자체가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판결 내용을 알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을 원하는 분들은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꼭 지참하고 방문 상담하기 바란다. 

보험설계사인 김 모 씨는 한 고등학교 동창(망인)1)에게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5200만 원을 빌려준 것을 비롯해 오랜 기간 금전거래를 해왔다. 

망인은 김 씨의 권유로 2017년 10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자신이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4000만 원을 김 씨(보험수익자 지정)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8월 망인은 갑자기 심장에 이상을 느껴 경상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그날 '급성 심장사 의증'으로 사망(병사)했다. 이에 김 씨가 한화손해보험에게 '망인의 질병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계약이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9호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업법 제97조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중의 하나로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와 금전대차의 관계를 이용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 하여금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이러한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금지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했으므로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김 씨는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질병사망보험금 4000만 원을 지급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창원지법 민사2부(재판장 이봉수 부장판사)는 김 씨가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4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9호는 그 문언상 금전소비대차에 있어 대주인 보험모집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이용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경우를 포함하는 금지규정」인데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게 되면 금지규정상 피해자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 있어서도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망인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끝에 사망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 보면 망인이 보험모집인과의 금전소비대차 관계로 인해 보험 가입을 요구받은 보험계약자라는 이유로 상해보험금을 생존시의 보험수익자로서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험모집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각호의 입법취지는 그 금지규정을 위반한 보험모집인이나 이에 대한 감독의무를 게을리 한 보험회사 등에게 과태료나 과징금 등 공법상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9호를 위반한 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해 보험업법을 비롯한 법규정에서 명문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그 금지규정은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하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며 「금지규정의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한화손해보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보험계약이 보험모집인인 김 씨가 망인과의 금전관계를 이용해 체결한 보험계약으로서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9호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한화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법상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규정에 위반해 행해진 경우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가 또는 법원이 법률행위의 내용 실현에 조력을 거부하거나 기타 다른 내용으로 그 효력이 제한되는가의 여부는 그 법규정이 가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법률효과에 관한 문제의 일환으로서, 다른 경우에서와 같이 이 경우도 그 법규정의 해석 여하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한 명문의 정함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하고, 그런 정함이 없는 때는 종국적으로 그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춰 그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기타 효력 제한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해 정해야 한다. 그 판단에 있어서는, 금지 규정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윤리적 상황과 그 추이, 금지 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해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이 전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또 그 이익 등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평가를 받는지, 금지되는 행위 또는 그에 기한 재화나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어느 만큼 반사회적인지, 금지행위에 기해 또는 그와 관련해 일어나는 재화 또는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는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 금지행위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기타 관계 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2)


보험업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모집인의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중 일부 행위인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는 보험계약자에게 취소권이 발생하고, '고지 방해(고지의무의 이행 방해)나 불고지 권유'의 경우는 보험자의 해지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 그 보험계약이 무효가 아님을 전제로 그 사법적 효력을 별도로 규율하고 있다. 만일 보험업법 등의 입법목적이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면 그 금지행위에 대해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체계, 입법 경과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보이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제로는 각호에 위반한 행위의 효력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 비춰볼 때 보험업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곧바로 부인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2심 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부합하도록 잘 쓴 것 같다.  

한편 보험계약자가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에 규정된 금지행위 위반을 이유로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그 위반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보험계약자 측에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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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김 씨의 동창을 다음부터 '망인'이라고만 한다.
2)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다9160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39192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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