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전검사 및 협진 없는 전신마취 수술 중 심부전 사망,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병원 의료진이 사전검사 및 협진 등을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채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한 과실로 환자를 심부전으로 사망케 했다면, 보험사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S회사는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김 모 씨는 S회사의 근로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S회사는 2011년 4월 삼성생명과 사이에 근로자 김 씨 등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가입금액을 4000만 원으로 하는 단체보험에 가입(2011년 6월 갱신)했습니다.

단체보험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재해로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삼성생명은 보험수익자인 S회사에게 재해사망보험금으로 보험가입금액의 250%(1억 원)를 지급하되,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 중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단, 처치 당시에는 재난의 언급이 없었으나 환자에게 이상반응이나 후에 합병증을 일으키게 한 외과적 및 내과적 처치는 보장)"는 재해에서 제외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13년 11월 7일 오전 9시 55분경 H안과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하고 부분 유리체 절제술, 우안의 실리콘 오일 제거술 등의 수술('분쟁대상 수술')을 받은 오전 10시 15분경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사망했습니다.

이전에 김 씨는 고혈압, 당뇨 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리체 출혈,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등의 소견으로 수술을 위해 2013년 6월 H안과병원에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H안과병원은 김 씨에 대한 가슴 방사선 촬영 결과 경도의 심비대(mild cardiomegaly) 소견을 보였으나, 다른 내과의원 의뢰 결과 전신마취 수술에 대한 최소 위험(minimal risk)이 있을 것이라는 진료 소견에 따라, H안과병원 의료진은 2013년 6월 18일경 김 씨의 왼쪽 눈에 대한 안구 내 아바스틴 주사, 초자체(유리체) 절제술, 백내장 수술 등을 시행했습니다('1차 수술'). 1차 수술로부터 약 2주가 경과한 후인 2013년 7월 4일에는 김 씨의 오른쪽 눈에 대한 안구 내 아바스틴 주사, 초자체 절제술, 백내장 수술 등을 시행했습니다('2차 수술'). 김 씨의 1차 수술 당시 혈압은 130/80mmHg(참고치 120/80mmHg)로 유지됐고, 2차 수술 당시 혈압은 130/90mmHg 내지 120/80mmHg로 유지됐습니다.


H안과병원 의료진은 2013년 11월 7일에 김 씨에 대해 분쟁대상 수술을 시행했는데, 1차 수술 이전에 시행된 2013년 6월 10일자 가슴 방사선 촬영 외에 분쟁대상 수술이 있을 때까지 추가적으로 김 씨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검사가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분쟁대상 수술 당일 김 씨의 오전 혈압은 220/110mmHg이었고, 전신마취 전 혈압은 170/90mmHg이었으며, 수술 중 혈압은 170/115mmHg 내지 165/115mmHg로 유지됐습니다.

김 씨는 분쟁대상 수술을 마친 후 오전 10시 5분경 회복실로 돌아왔고, 김 씨가 움직이면서 고개를 들고 말을 하는 등 마취가 깨자, 호흡기 제거 후 오전 10시 10분경 회복실에서 퇴실했으나, 오전10시 15분경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사망했습니다.

김 씨에 대한 부검 결과, 김 씨의 사인은 심부전(heart failure)으로 추정됐습니다. 부검 당시 김 씨의 전신이 부종상으로 심낭 안에 540ml 가량의 상당히 많은 장액성 액체가 들어 있었으며, 고도의 심비대 소견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부검 감정의는 김 씨가 분쟁대상 수술 시행 전부터 심부전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심부전 상태에서 수술이 악화 인자로 작용해 사망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S회사는 김 씨의 사망 사고가 H안과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따른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김 씨의 사망 사고는 H안과병원 의료진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다퉜습니다.

인천지법 민사3부(재판장 김정학 부장판사)는 S회사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S회사의 청구를 기각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삼성생명은 S회사에게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혈관계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징후가 나타난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는 필요한 모든 수술 전에 검사를 시행하고 협진 등을 통해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점, 분쟁대상 수술 당일 오전 김 씨의 혈압은 1, 2차 수술 당시와 달리 220/110mmHg로 정상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태였는 점, 김 씨의 기왕 병력(고혈압, 당뇨) 및  분쟁대상 수술 전후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김 씨에 대한 전신마취 수술에 따른 이상 반응이나 합병증 등의 발생 위험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술을 감행할 사유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H안과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분쟁대상 수술일로부터 약 5개월 전에 시행된 검사 결과 및 2회에 걸쳐 이뤄진 전신마취 수술 경과만을 만연히 신뢰하고 사전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했는바, 이런 과실로 김 씨로 하여금 심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사망 사고는 H안과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서 보험 약관 별표 재해분류표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김 씨에 대한 전신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질병의 치료를 외과적 수술 기타 의료 처치의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의료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은 경우, 피보험자가 그런 외과적 수술 기타 의료 처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의료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동의하고 예견했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그같은 상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합니다.2) 다만,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과 재량성으로 인해 환자 측이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진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않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3)

한편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증거방법의 하나에 불과하고, 동일한 사항에 관해서 상이한 수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해 사실을 인정했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합니다.4)


이번 판결은 김 씨에 대한 전신마취 수술에 따른 이상반응이나 합병증 등의 발생 위험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술을 감행할 사유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데도 분쟁대상 수술일로부터 약 5개월 전에 이뤄진 검사 결과 및 2회에 걸쳐 이뤄진 전신마취 수술 경과만을 만연히 신뢰하고 사전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했다면, 이는 병원 의료진이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한 것이고, 그런 과실 있는 행위로 김 씨에게 심부전을 일으켜 사망케 했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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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2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2일(재등록)

1) 인천지방법원 2016. 6. 21. 선고 2015나60412 판결.
2)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67722 판결 참조.
3) 대법원 2002. 8. 27. 2001다19486 판결 등 참조.
4) 대법원 2002. 0. 24. 선고 2002다30275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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