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소득 적은 부부의 26건 보험 가입, "보험 사기 또는 보험계약 무효 인정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부부가 여러 보험사들에 26개의 보험에 가입해 장기간 빈번하게 입원 치료를 받으며 2억 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수령했더라도 보험계약이 무효는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매월 납입해야 할 보험료 총액이 35만 원 정도이고 치료받은 증상이 없음에도 허위로 입원한 것이라거나, 입원치료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 보험금을 부정하게 편취할 목적으로 여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법률상담을 위해 방문해 주세요.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조정현 부장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이미 9개 보험사들과 23개의 보험에 가입해 있던 이 씨의 남편은 2002년 8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이 씨를 피보험자로 해 질병보험에 가입했고, 2004년 3월에는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씨는 한화손해보험과 계약 체결 이후인 2004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529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한화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입원비 등으로 2억 원이 넘은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그 후 한화손해보험은 "이 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그동안 지급받은 보험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한화손해보험에게 있는 것이고, 한화손해보험으로서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씨의 병력이나 재정 능력, 중복보험 가입 여부 등에 관해 나름대로 조사를 거치고,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때도 사고 경위나 질병·상해의 정도 등을 파악해 적절한 보험금을 지급함이 합당한 조치」라며 「단지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피보험자가 각종 증상으로 오랜 기간 입원했다거나 다액의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사실만으로 쉽사리 이 씨에게 보험금 부정 취득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이 씨 부부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그 당시 정기적으로 납입해야 하는 월 보험료는 35만여 원에 불과해 이 씨 부부가 부담하기 어려운 고액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씨의 입원기간이 장기간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없음에도 허위로 입원한 것이라거나 입원치료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보험계약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편취할 목적으로 체결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계약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의 무효인 계약임을 전제로 한 한화손해보험의 부당이득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에 관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에 기초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습니다.1)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했다는 사정, 보험계약 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 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고지했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2)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작용되는 이같은 유형의 사건에서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거의 유사한 사안임에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판결 중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가정주부가 10여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매달 87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것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3)

또한 보험에 가입한 직후부터 4년 동안 무려 772일간(연 평균 200일 가량) 경미한 사고로 인한 상해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수령한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과중한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부담하거나 단기간에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했다는 등의 여러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인정돼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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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2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2일(재등록)

1) 대법원 2009. 5. 28.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참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10. 선고 2016가단5019490 판결.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12. 선고 2018가합5271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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