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주차 문제로 다투다 벽에 머리 부딪혀 사망,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주차 문제로 타인과 다투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면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강 모 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사이에 상해 사고로 사망하거나 80% 이상의 휴유장해가 발생하면 총 4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는 내용의 보험계약 3건을 체결했습니다.
 
강 씨는 2015년 3월 박 모 씨와 주차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사망했습니다. 다툼 중에 박 씨가 몸을 밀치자 강 씨가 박 씨의 뺨을 두 차례 때렸고 박 씨가 다시 강 씨의 얼굴을 가격하면서 강 씨가 그 충격으로 쓰러져 담벼락에 머리를 부딪힌 것입니다. 강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뇌동맥류 파열로 숨졌습니다.

강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에게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지만, 현대해상은 "강 씨의 사망은 박 씨의 뺨을 2회 때린 폭력행위에 기인한 것"이고 "피보험자의 형법상의 범죄행위 또는 폭력행위는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숨진 강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4억72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사고 당시 박 씨는 키 178㎝, 몸무게 96㎏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23세 청년이었던 반면 강 씨는 55세 중년 남성으로 강 씨의 머리에 가해진 충격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 씨가 박 씨의 뺨을 2대 때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사망 사고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춰보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 요건 중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에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합니다.2)  

다른 요건인 '우연한 사고'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3)

이번 사건과 같이 주차 문제로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경우를 상호 쟁투라고 하는데, 상호 쟁투 과정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보험자의 형법상 폭력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의 적용은 모든 경우의 폭력행위에 대해서 면책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되고, 피보험자 자신이 고의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폭력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발했거나 혹은 상해의 결과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일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현대해상은 강 씨에게 뇌동맥류, 고혈압 등의 기왕증이 있었으므로 보험금이 감액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는데, 재판부는 강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이고 강 씨가 약 10개월 전에 상세불명의 고혈압을 주소로 병원에서 2차례 치료받은 적이 있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 씨의 뇌동맥류가 얼굴을 가격당한 충격으로 쓰러지면서 인근에 있던 담벼락 아랫부분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가 아니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파열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있었다거나 강 씨의 고혈압 증상이 사고 당시에도 남아서 사고 및 강 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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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2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4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80751 판결.
2)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63776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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