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뇌내출혈 환자의 보험계약 체결 전 동정맥기형 진단, 보험계약 무효 사유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체결 전에 동정맥기형 질환을 앓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김 모 씨는 2005년 9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좌측 측두후두엽 동정맥기형 진단을 받고 다음날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는 등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2005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사이에 6회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2008년 1월 엠지손해보험과 사이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김 씨는 보험 청약 당시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을 작성하면서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방사선, 건강진단 등)를  받았거나 계속해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습니다.

​김 씨는 2013년 11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두부 CT 및 MRI 검사 결과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21일 뒤에 뇌정위적 뇌내출혈 흡입수술 및 뇌실외배액관 삽입수술을 받는 등 2013년 1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고, 2014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는 4회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후 김 씨가 엠지손해보험에게 가입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지만, 엠지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다음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엠지손해보험은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05년 9월에 동정맥기형 진단을 받아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은 바 있고, 보험계약 체결 후 발생한 김 씨의 뇌내출혈은 그 직접적인 원인이 동정맥 파열에 의한 것으로서 동정맥기형이 뇌내출혈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음을 알고서도 보험계약 체결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은 상법 제644조에 근거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동정맥기형과 뇌내출혈은 동일한 질환이 아니고, 두 질환 사이에 연관관계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다퉜습니다.​


창원지법 민사6부(재판장 홍창우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이 김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엠지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하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05년 9월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좌측 측두후두엽 동정맥기형 진단을 받고 다음날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는 등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2005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사이에 6회 통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의사가 김 씨의 동정맥기형이 뇌내출혈의 원인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진료확인서를 발생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씨에게 2013년 11월 발병한 뇌내출혈은 김 씨의 동정맥기형과 동일한 질환이 아니고, 그 발병 위치가 다르며, 위치가 다른 경우 동정맥기형과 뇌내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동정맥기형이 뇌내출혈에 기여한 바가 없음이 인정되므로,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때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사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상법 제644조를 적용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것은 아니다」며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동정맥기형 질환을 앓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은 장래의 불확실한 보험사고 발생 여부에 보험사의 책임이 의존하는 사행계약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험집단 구성원 사이에 대수의 법칙에 의해 보험료율을 정하고 우연한 보험사고의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므로, 보험집단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장래에 보험사고가 발생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해야 함을 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44조는 사고 발생의 우연성을 전제로 하는 보험계약의 본질상 이미 발생이 확정된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보험계약 당시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되, 다만 보험사고의 주관적 확정의 효과와 관련해 보험계약자, 보험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때는 유효로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경우라면 '보험계약의 선의성과 윤리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보험집단 구성원 사이에 위험의 동질성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법률행위의 중심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는 판결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0년 12월 대법원 판결2) 이후부터는 설령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요적으로 예견되는 경우라도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 사유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질환을 앓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판단하는 판결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앓았던 질환에 대해서는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의 문제로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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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2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4일(재등록)

1) 창원지방법원 2015. 9. 2. 선고 2014가합34201 판결.
2)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668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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