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주차장 기둥과 차량 간 끼임 사고 후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사망은 우발적인 외래 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평소 관상동맥증후군을 앓던 환자가 주차장 기둥과 차량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면,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김 모 씨는 2013년 11월 케이비손해보험과 사이에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운전자보험의 보장 내용은 김 씨가 교통상해로 사망 또는 후유장해 시(단, 80% 미만 후유장해는 장해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지급) 5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2014년 11월 화성시에 있는 아파트 지하 3층 주차장에서 혈중 알콜농도 0.190%의 주취 상태에서 승합 차량을 운전해 후진하던 중 승합 차량의 운전석 문이 열린 상태에서 주차장 기둥과 승합 차량 사이에 몸이 끼인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사고 당시 승합 차량은 후진 기어가 들어간 상태로 시동이 켜진 상태였습니다.

2014년 11월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에는 김 씨의 직접 사인으로 관상동맥증후군 추정이라고 기재돼 있었는데, 2014년 12월 화성동부경찰서장이 발급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는 김 씨가 사고 지점인 아파트 지하 3층 주차장 주차라인에 주차하면서 운전석 앞문을 열고 주차 상태를 확인하던 중 열린 앞 문짝과 바로 옆 콘크리트 기둥에 김 씨의 몸(목 부위)이 끼면서 사망한 사고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그 후 김 씨의 유족들이 케이비손해보험에게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자,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은 "운전자보험의 피보험자인 김 씨는 평소 관상동맥질환 및 협심증 등을 앓고 있었는데, 사고 당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기 위해 승합 차량을 운전해 주차라인에서 후진을 하던 중 갑자기 협심증 내지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됐고, 그 결과 김 씨의 신체가 승합 차량의 앞 문짝과 주차장의 기둥 사이에 끼이게 된 것이므로, 김 씨는 교통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의 유족들에게 운전자보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의 유족들은 "김 씨가 교통상해로 사망한 것이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보험금 청구의 반소를 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6부(재판장 김용한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김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함과 더불어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의 유족들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김씨의 유족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 시술을 2차례 받고 치료 중이었던 사실, 사고 당시 김 씨의 우측 어깨 쪽으로 찰과상과 물집이 관찰됐고, 목 주위로 발적이 있었으며, 구강에서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사실, 사고 장소인 주차장 기둥에 김 씨의 피가 묻어있었던 사실, 사고 이후 김 씨가 후송된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센터 진료기록에 김 씨의 사인이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의증으로 기록됐는데, 사인이 김 씨의 과거 병력과 검안 소견, 유족의 진술로 청취한 현장 상황 등을 바탕으로 판단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에 대한 응급센터 진료기록 및 시체검안서에 김 씨의 사인으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의증(추정)으로 기재돼 있는 점을 알 수 있으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고려하면 김 씨는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고 후진하던 중 주차장 기둥과 승합 차량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거나 또는 적어도 이러한 사고와 평소 관상동맥증후군을 앓던 김 씨의 몸 상태가 경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보험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사고와 김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는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입니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에서 김 씨가 보험약관에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유족 측에서는 음주로 인한 만취 상태에 있는 사람의 경우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고 후진하다 주차장 기둥에 몸이 닿았더라도 즉시 정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같이 외형적, 유형적인 사고의 특성 그 자체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단 증명하면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 되고, 보험사로서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만 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적 요인과 함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경합돼 보험사고가 발생된 경우, 이 사건처럼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발생한 우연한 사고가 사망에 이른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었거나 동등한 정도로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그런 사고와 피보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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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2월 1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6일(재등록)

1) 수원지방법원 2016. 10. 11. 선고 2016나56035, 2016나5852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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